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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만구천팔백원

산으로 강으로 2005. 12. 26. 14:32

아침부터  어여쁜 목소리의 아가씨에게 전화가 왔어..
아자씨께서 홍삼 액시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 왔다나..?

나는 얼씨구나 했지. 사실 내 몸은 예전엔  뜨거운 다혈질..? 이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 몸이 냉혈질로 바뀌었는지 손발이 차고 몸이 으실으실 떨리고 해서
홍삼이나 수삼을 먹어 볼까 생각 중이였거든.

근데 이게 웬 떡이야?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홍삼 액기스 1달분
28만원짜리 홍삼액기를 공짜로 준다니..
공짜로 주는데 세금이 있다나..? 그건 이해가 갔어. 사실 경품에 당첨이 돼도
세금은 줘야 가져 갈 수 있다는 상식은 알고 있었거든.

세금이 39800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홈 쇼핑에 젤 많이 나오는 가격.. 4만원에 천 원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2백 원이 빠지는 삼만구천팔백원.. !!

쫌 의아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의심은 하지 않았지..
어떻게 알았는지 내 주소도 다 알고 있더라고..
허긴, 성실하게 살아온 나를 청와대만 모르고 있는게 유감이지만..ㅎㅎ

그래도 홍삼회사에서 법 없이 착하게 사는 나를 인정해서
홍삼 액기스를 한 달분 이나 준다는 것이 을매나 고마워~

속이는 것 절대 아니까 안심하고 세금만 내고 받아 보래~
대신 공짜는 아니고  좋으면 다시 주문하고
선전이나 많이 많이 해 달래..ㅎㅎ츠암내~  어리석긴..!  선전 안 해주면 어쩔꺼여..?
걍~ 알았다고 말만하고, 고맙다고 했지..
오늘 당장 보내면 내일이나 모래쯤 도착한다고 했어
근데, 벌써부터 그 홍삼이 궁금해지고, 내일이나 모래가 기다려졌어.

그리고, 상쾌한 마음으로 조간신문을 뒤적이는데.. "뜨악~!"
중국산 가짜 홍삼이 시중에 판을 친다나..?
그것도 농약이 다량 함유된 가짜 중국산 홍삼이 금산 인삼이라는 상표를
버젓이 달고.. 순간 나는 뜨끔 했지.

" 히야~ 이거 내가 어리석은 주문을 한게 아냐..?"
나는 핸폰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했어.. 어여쁜 목소리의 아가씨가 받는 건 마찬가지.
근데, 내용은 달랐어..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아차차차~!"  당했구나~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어.. 혹시 핸폰 고장이..?
분명  서울 지역 번호인 02 하고 전화번호가 찍혔는데..
핸폰 고장이 아닌가 하고 집 전화로 해봤어.. 역시 마찬가지..

나는 서둘러 마눌에게 주위를 줬어 혹, 택배 회사에서 나왔다고 하면
되돌려 보내라고.. 혹, 배송비를 줘야 한다면 배송비를 주더라도 절대 받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이 사람들이 울 전화번호와 주소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은 내가 예전에 홈 쇼핑에서 삼만구천팔백원 주고 몇번 거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을 보고 전화를 한 거였어. 내가 어디에 당첨된 건 꾸며낸 이야기고.
전화 받은 사람들은 모두 당첨시켜 준거였어.. 고맙게시리..

TV 홈쇼핑을 몇번 이용을 해봤지만 대부분 실망했어.
면바지 세 벌을 삼만구천칠백원 에 구입한 것 외에는 모두 맘에 안 들었지..
등산화를 떠들썩하게 선전을 해서 구입을 했는데 사고 보니 엉터리였어
그 엉터리 등산화를 두 켤레나 샀지 마눌 거랑..  삼만구천팔백원 곱하기 2
"흐으그~ 열받어~!!" (곱하기) 2

오리털 이불도 주문 한적 있는데 받아보고 결정하라나?
털이 보송보송하고 가볍고 따듯해 보였지
그래서 주문을 했는데 참내~ 이건 오리털을 넣었는지 개털을 넣었는지.
선전과 달리 보송보송한게 아니라 짝, 짜브러 들었더라고.
그래서 반송을 했지. 3400원 주고..
잠바도 두 벌에 삼만구천팔백 원이라고 선전을 해서 샀는데 하나는 쓸만하고
하나는 개털을 넣었는지 돼지털을 넣었는지, 맘에 안 들어서 안 입었지.
그래도 하나는 맘에 들어서 반송을 안 했는데
한 벌은 입지 않고 버렸으니 결국 한 벌에 삼만구천팔백원에 산 결과가 된 거야.

이렇게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 상대로 또 속여먹으려고 엉터리 수법을 쓴 거야
똑똑한 사람은 안 걸려들고 어리숙하고 쫌 모자라는 듯 한 사람만 걸리는 거지..
괜히 좋다 말았네~ 어디 홍삼 공짜로 줄 사람 없나요? 나는 칡은 싫어~
홍삼이 더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