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또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춘기 때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고 삶에 찌들려 잊고 살았지만, 50대가 가까운 지금,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형제 친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날 때. 이제는 정말 죽으면 어찌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삶이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삶이라고 하니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죽음은 내 자신이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세상,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현상, 내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는 현상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서 기록을 남길 수 없으니 아무도 사후에 세계는 알 수 없다. 사후의 세계는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윤회를 한다고도 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기에 믿을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죽은 자는 이 세상에 간섭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학이 발전하여 인간이 달나라에 아파트를 건설하든, 세계 대전이 일어나 세상이 멸망을 하든, 죽은 자와는 하등에 관계가 없다.
삶이란 진정 무엇일까? 삶은 인연에 의해 따라 흐른다고 한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만 다시 만나고 인연에 의해 인생이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과 인연에 의해 살았지만 인연이 다해 부모님과 헤어지고, 다른 인연인 자식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위치가 바뀌어 지금은 내가 부모가 됐다. 나도 자식들과 인연이 다하면 자식과 헤어져야 한다. 부모님이 그랬듯, 때가 되면 나도 죽음으로 자식과 인연을 끝을 맺어야 한다. 슬픈 이야기지만 이것이 정상이다. 이것이 순탄한 삶인 것이다. 이 순리가 싫다고 순리를 벗어나 살수는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힘이 떨어지고 병이 들면 죽어야 된다. 죽기 싫어도 죽어야 된다. 이것이 순리다. 이 순리대로 살면 잘 산 것이다.
이 순리를 거역하면 비극이 된다. 자식이 크기 전에 제 명에 죽지 못 하고 일찍이 세상을 떠나면 비극이다. 거꾸로 순리가 역전돼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떠나면 또한 큰 비극이다.
이것저것 다 싫고 죽지 않고, 영생을 하면 어떨까..? 20대 젊음으로 돌아가 젊음을 유지하며 자식과 함께 죽지 않고 영원히 살면 어떨까..?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늙은 사람은 젊음을 되찾고 아직 성장하지 않은 어린이는 젊음이 오면 늙음을 멈추고,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된다고 해도 이 또한 비극이다.
좁은 세상에 죽는 자가 없다면 인구는 자꾸 늘어나고, 전쟁을 불가피 하고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어린이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노인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젊은 사람만 존재를 하고, 삶의 의미조차 못 느끼고 지옥 같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신은 공평하게 세상을 창조했다. 어린 시절도 겪고 젊음도 겪고 늙음도 겪고, 죽음도 겪는다.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난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봄에 꽃을 피우면 그 꽃이 아름답고 그 꽃이 지고 여름이 되면 열매를 맺어 아름답고, 그 열매는 가을이 되 완성이 돼 아름답고 겨울에 후손에게 물려주고 떨어지는 낙엽이 아름답다
순리에서 어긋나 매년 꽃만 만발해 세상을 꽃으로 덮은 봄만 존재하고, 여름 가을 겨울이 없다면 이것은 지옥인, 진정한 죽음인 것이다.
삶이란 순환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밤이 끝이 아니다. 밤은 저녁이 있었기에 존재를 했고, 저녁은 점심이 있었기에 존재를 했고, 점심은 아침이 있었기에 존재를 했다. 또한 아침은 밤이 있었기에 존재한 것이다. 계절에도 봄이 있어 여름이 있고, 여름이 있어 가을이 있고 가을이 있어 겨울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린이가 있고, 젊은이가 있고, 늙은이가 있고 죽음이 있다.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다. 밤이라고 하루에 속하지 않을 수 없고, 겨울이라고 계절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없다. 죽음이라고 삶에 속하지 않는다 말 할 수 없다.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내 인생도 자연의 법칙에 의해 마무리가 될 것이다. 아무 의미도 없이..
허무한 인생, 다시 한번 생각하면, 별 의미도 없는데 왜 태어났고 왜 떠나야 하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있다.
200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