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수리 부탁으로 식당에 갔다, 수리비가 많이 나와 고치는 것보다 차라리 중고를 사겠다고 사장님은 중고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하기가 싫었다. 화물차도 없고, 배달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단골 한곳을 잃을 수 있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고
퉁명스럽게 나오려니, 사장님은 언짢은 내 마음을 읽고 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부득부득 끌어 들였다.
사장님은 내 눈치를
보며..
"냉장고를 고쳐도 되면 그렇게 합시다. 그렇게 설명하면 되지 서운해 마세요."
하며 나를 달랬다.
"차 대신 혀로 마시는 양주 한잔 드릴까요?"
프랑스산인데 혀끝으로 음미하는 술이라고 설명을 했다. 혀로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라 했다. 나는 순간
"티코네요. 그렇게 작게 마시면 차로 비교하면 티코 아닙니까? 티코는 보기도 아담하고
공간도 적고."
사장님은 나를 흘깃 처다 보더니,
"그럼 소나타로 드릴까? 아니다. 벤츠로 합시다."
하며 술을 내 왔다.
"운전 하셔야 하니까 많이 들지 마시고, 한잔만 맛보며 기분 푸세요."
사장님은 눈치가 빨랐다..
"차 때문에 안
좋은 일 있지요?"
기분도 풀리고, 사실 이야기를 했다. 같은 차종인 카니발 6벤으로 바꾸려 해도 쉽지 않다고. 때문에 엉뚱한데 짜증을 부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사장님은 껄껄 웃으며 그런 일이라면 자신에게 부탁을 하라고 했다 제천 의림자동차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니 부탁을 해 놓겠노라고.
비싸지 않게 바꿔 드리겠다고 했다.
사장님은 몇 년을 나와 거래를 했지만 정말 좋은 분이시다.
사장님은 차를 가져 왔으니 많이 마시지 말고, 한잔만 하라고 했다. 그냥
음미만 하고 기분 풀어 버리라고 했다.
그 벤츠(?)라는 술은 중국에서 가져 왔다고 했다. 술을 작은 잔으로 따랐다. 잔이 얼마 되지 않아 마시는 순간,"캭!" 깜짝 놀랐다. 이건 술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덩어리가 넘어 가는 듯 했다. 그리고 코로 모든 연기가 빠져 나오는 느낌 이였다.놀라서 물었다. 무슨 술이 이렇게 독하냐고.. 했더니 사장님은 혀를 끌끌 차면서.
"종착지만 생각하고 차를 타는 사람에게 벤츠를 태워 주면 승차감을 안답니까?"
하며 술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 술은
목구멍으로 내려 갈 때 싸~아 하고 내려가는 내리가즘을 느끼고, 또 뜨거운 술기운이 아래에서 올라올 때 오르가즘을 느끼고, 코끝에서 느끼는 향과
함께 알콜도 날려보내야 술 마실줄 아는 겁니다 술을 마시려면 주법을 아셔야지."
하면서 자상하게 설명도 해 주셨다. 때문에
아무리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는 딱 한잔 더 달라고 권하였다. 그리고, 코끝으로 향을 음미하고 천천히 내리가즘을 느끼며 마셨다 그리고 후끈 달아오르는 오르가즘.. 코 끗을 스치는 국화향기라고 해야하나? 누룩향 이라고 해야하나? 어째든 그 향은 독특했다.
주법을 바꿔서 더 마시기로 했다.
이렇게 취하지 않는 술을 무지개를 타듯 내리고 오르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종착지에 도달했다.
술병이 바닥난 것이다.
주법을 알면 술에 취하지 않는 술이라고 했지만 사장님은 주법을 무시하며 마신 듯 했다. 눈이 게슴츠레 해지고 말할 때 발음이 정확치 않았다.
"아차!"
음주 삼매경에 빠져 운전해야 한다는 잠시 잊었다. 그리고 술에 취하지 않는 술이라고 하여 어리석게 반신반의
믿은 것도 사실 이였다.
손에 입김을 불어 냄새를 맡아보니 아직 술기운이 위와 심장을 거쳐서 허파에는 도달하지 않은 듯 했다.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나는 주법을 지킨 모양이다.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콜이 심장을 거쳐 허파에 도달하기 전에 운전을 끝내야 한다. 잘 마셨노라고 인사하고, 밖으로 나오니 사장님은 비틀거리며 밖에까지 배웅하였다.
급한 마음에 차 키를 꼽고 돌렸으나 키를 잘 못 꼽았는지 열리지 않았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급해졌다 심장이 더 심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러면 안 된다. 흥분하지 말자. 심장이 빨리 뛰면 그 만큼 술기운이 허파에 빨리 도달 할 텐데 안 된다. 휴! 긴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하니 역시 안되었다.
이 기이한 사건과 힘겹게 씨름하고 있을 때, 보다 못한 사장님이 보조키로 해보라고 했다. 키가 다
달아서 그렇다고.. 나는 지갑에서 보조키를 꺼내어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안되었다.
다시 조수석으로 왔다. 조수석 역시 열리지 않았다. 사장님은 흥분을 해서 그렇다고 자기가 해본다는 거였다. 하지만 역시 사장님 역시 되지 않았다. 나는 차 키를 빼앗아 차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 역시 열리지 않았다.
순간! 깜짝 놀랐다.
차 뒤에 실린 연장이랑 부속 부품이 모두 없어졌다.
"사장님 누가 내 연장과 부속을 다 훔쳐
갔는데요?"
사장님은 비틀거리며 뒷문으로 뛰어왔다.
"아이구! 어떤 도둑놈이 고물이 된다니까. 남의 연장을 다 훔쳐 가고 세상 말세다
말세야."
순간 옆을 봤다.
옆에 내 차와 같은 카니발인데 그 뒤에 내 연장과 부속 부품이 다 있는게 아닌가.
"여기에 다 실렸네요."
했더니 사장님 얼굴에 홍조를 띠며 흥분하여 내게 속삭였다.
"이 차가 도둑놈 차 맞아요. 그런데 이 차는 사장님이 원하는 카니발6인승 벤
인데요? 돈도 한푼 안들이고 차 바꾸실 기회요."
이래도 되는 건가? 나는 차에 바싹 붙어선 채 반은 호기심과 반은 공포심으로 묘한 상태에서 키를 꼽았다. 차 문을 여니 부드럽게 열였다.
사장님은 못 본 걸로 하고 할 테니 걱정 말고 어~여 가라고 재촉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돈 한푼 안 들이고 차를 바꿀 수
있었다.
바꾼 차는 미끄러지듯 현장을 벗어났다. 구름 위를 달리고 무지개 동산을 넘고 있었다.
오랜 나날의 노고가 단번에 보상받는 느낌 이였다.얼마쯤 달렸을까. 차가 막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짜증스럽게 앞을
내다보았다.
음주 단속 중이였다.
2004.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