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바위
예전엔 낚시를 자주 즐기곤 했지만 요즘은 뜸해졌다. 댐이고 저수지고, 낚시가 잘 안 되는 원인도 있지만, 잡아도 잡은 고기 배도
따야 되고 비늘도 벗겨야 되고 뒤처리가 귀찮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강태공 후예들은 연못이나 댐이나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지만 나는 강에서 낚시를 한다.
처음엔 댐 낚시를 즐겼다. 댐에 가두리 양어장이 있었는데 양어장 그물 망이 사고로 터지면 향어나 메기는 들고 없을 정도로 많이 잡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몇 년 전부터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정하여 댐에 양어장을 허가하지 않아 댐에 양어장은 모두 철거되고, 댐에 향어나 메기는 모두 잡았는지, 아니면 모두 병들어 죽었는지, 이제 댐에서 향어나 메기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 보기 보다 힘들게 됐다.
댐이나 저수지 낚시는 너무 지루해 졌다. 밤새도록 낚시를 드리워도 한 마리도 못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저수지 낚시는 이제 돈 내는 곳에는 잡히고, 돈을 내지 않는 곳에는 잡히지 않는다.
돈 내고 고기 잡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차라리 사먹지..!
때문에 댐 낚시와 저수지 낚시는 안 하기로 몇 년 전에 결정했다, 대신 강 낚시로 전환하였다. 내가 하는 강 낚시는 아무 때나 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 맑은 물일 때는 잘 안 되고, 폭우가 쏟아지고, 황토 물이 넘쳐흐를 때 낚시가 잘 된다. 폭우로 인하여 강이 황토 물로 불어나면 고기들은 강가 구미로 모여들고 이 때를 기회로 낚시를 던지면 때와 장소만 잘 선택하면 정신없이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뉴스에서 어느 지역이 어느 도로가 많은 비로 유실되고 어느 지역 수해 피해가 몇억이 되고, 수해로 인명 피해는 몇 명이고.. 이렇게 좋지 않는 뉴스가 온 국민을 슬픔과 공포 불안에 잠겨 있을 때, 나는 낚시 장비를 챙기고 마누라 몰래 고기 잡으러 간다. 황토 물이 출렁이는 강으로..
마누라는 내가 물에 빠져 사고가 날까 두려워 하지만, 그건 마누라 마음이고, 나는 한강 다리에서 뛰어 내려도 죽지 않는다.
내 몸은 지방이 많아 물에 빠져도 저절로 둥둥 뜨기 때문에 일부러 빠져도 못 죽는다.
강 낚시는 때가 있기 때문에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잡히는 물고기는 대부분 빠가사리.. 우리 지역에서는 이 물고기를 그렁치 또는 동자개 라고 부른다.
매운탕은 쏘가리나 메기 매운탕을 제일도 치지만, 그렇지 않다. 매운탕은 빠가사리가 제일이다.
메기 매운탕은 흙 냄새가 나는 듯 하고 비린내도 나지만, 빠가사리는 흙 냄새도 없고 비린내도 없고 매콤하고 단백하며 배불리 먹도록 물리지 않는다. 특히 국물이 끝내준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끝내주는 매운탕 재료, 빠가사리를 잡으러 잠시 비가 그친 틈을 이용, 낚시터로 향했다.
장소는 마당바위가 있는 강가.
예전엔 동네사람들이 천렵을 하고 즐기던 곳이다. 마당 바위는 화강암으로 된 이름대로 마당같이 넓은
바위.. 몇 십 명이 강강수월래를 해도 좋을 만큼 경치도 빼어난 곳이다.
하지만 장점이 많으면 단점도 많다. 이 아름다운 곳은 놀기 좋은 만큼 아래 웅덩이는 물 흐름도 빠르고 물이 빙빙 돌아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물에 빠지면 빠져 나오기 힘든 장소였다.
때문에 예전부터 이 바위에는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 아니면 본의 아니게 빠져 죽는 사람이 한해에 한 명 이상 이였다고 한다.
익사란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수영을 잘 하는 사람도 예상치 않게 바위에 미끄러지거나, 다리에 무엇에 걸려 예고 없는 사건이 발생하면 당황해 물 한번 마시고 폐로 넘어가면 심한 기침을 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물에서 중심한번 잃으면 평지 같지 않다. 기침은 호흡을 가쁘게 하고 몸의 균형도 잃게 한다. 또 다시 폐로 물이 넘어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자력으론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내가 많이 겪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이 마당바위 아래 물이 닫는 부근엔 약간의 경사로 되어있다. 물이 닫는 부근엔 올뱅이가 많이 붙어 있는데 그 밑으로 물깊이가 한 길이 훨씬 넘고, 물이 돌고 있어 누가 봐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곳이다.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바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다만, 위험 불감증이 걸렸거나 수영에 익숙한 어른은 아무 느낌 없이 내려가다 미끄러진다.
나도 몇 번 미끄러져 물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물 속은 물 밖과 달라 바위에 낀 이끼 때문에 나오려고 하면 자꾸 미끄러져 물에서 나오기 결코 쉬운 장소는 아니다. 아마도 이렇게 빠져서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은 마당바위 위에 도로가 있어 차가 쌩쌩 거리고 달리지만, 예전엔 사람이 많이 죽어 밤이나 낮이나 귀신이 있어 귀신이 사람을 끌어당겨 죽인다고 소문이 있어 밤이나 낮이나 혼자 가기를 꺼려하는 곳 이였다.
마당바위 입구부터 경고 판이 눈에 띈다.
-경고-
출입금지. 이곳은 익사 사고가 빈번한 곳이오니..중간생략.. 이런 경고 판이 하나였으나, 사고가 줄어들지 않자 두 개로
늘더니 지금은 세 개가 자리잡고 있다. 해골 그림도 있고 글만 다 읽어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진다.
그래도 사람들의 출입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인가 보다.
처음엔 출입하면 경찰이 통제만 했지만, 기초질서 위반 단속이란 법이 생기고 출입하는 사람에겐 딲지를 떼기 시작했다.
나도 이 법에 걸려 딱지를 떼어 봤다. 마당바위에서 뗀게 아니라. 10년 전 직장생활 할 때 직행버스 터미널에서 무심코 담배를 피웠는데 경찰관 두 명이 닦아와서 경례를 하고 기초질서 위반했다며 만원 짜리 딱지를 떼었다.
당시엔 차도 없었는데, 이 딱지가 나에게는 최초의 딱지였다. 이때의 억울함은 표현하기도 싫다. 너무 분해서 후유증이 한 달을 넘게 간 듯 하다.
담배 한 갑이 500원 이였는데 담배 한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내 생애 최고 비싼 담배를 피웠다.
당시의 만원이면 후라이드 양념치킨 두 마리하고 소주를 두 병 마실 수 있다.
만원이면 우리 다섯 가족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돈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잃다니, 나는 은행에서 벌금을 내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깝고 화도 나서 손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이때부터 부드럽게 느껴졌던 경찰은 보기 싫게 되었고, 다시는 경찰의 경례는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마당바위에서 경찰의 경례를 또 받을 뻔했다. 마당바위 근처를 지나다 도로에 차가 주차 되어있어, 무심코 아래를 보니 댐에서 물을 막아 물이 바짝 줄어 올뱅이 잡는 사람이 몇이 있었다.
물이 없어 위험성도 없고, 경찰이 단속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비닐 봉지를 하나 들고 마당바위 아래로 내려갔는데, 경찰이 호각을 불며 인사를 하러 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잽싸게 마당바위 아래 틈 속으로 숨어 위기를 피할 수 있었지만, 뭔지 모르고 올뱅이 잡기에 몰두한 사람들은 모두 경찰의 인사를 친절하게 받아야 했다.
딱지는 2만원 이였다. 물밖에 있으면 만원인데 물에 들어가서 만원이 더해 진다나..? 몰랐다고 사정하고 아는 경찰 얘기하고 별 방법 다 써 봤지만 소용없었다.
2만원이면 얼마인가? 당시에 후라이드 양념치친 네 마리에 소주가 네 병이다.
나는 이때 경찰의 인사를 안 받은걸 다행으로 알고, 다시는 마당바위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낚시가 잘되고 경치도 좋고 정신수양 하는 곳으론 제격인 이곳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겐 마당바위 출입증을 줘도 무방하다. 내가 마당바위에서 자살할 이유도 없고, 빠져도 죽지 않고, 조용히 놀다가 강물 속에 있는 고기 몇 마리 건져 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출입금지라니..? 말도 안 된다..!
낚시 시간은 오후 6시가 지난 후, 경찰 공무원이 활동이 뜸한 시간이다. 비가 많이 올 때는 6시 전 이라도 차를 먼 곳에 세우고 마당바위에 몰래 숨어서 하면 들키지 않는다.
몇 년 전인가? 아내와 함께 마당바위에 같이 간 적이 있다. 폭우가 쏟아진 후에 낚시를 가는 내가 불안한지 장소를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
당시엔 마당바위에 선수 친 사람들이 있어, 나는 부득이 마당바위 위 봉당바위로 향했다.
봉당바위에도 낚시는 제법 잘 되고 아내도 무척 즐거워했다.
마당바위에는 천렵을 왔는지 술판이 벌어지고, 노래도 부르고 경찰을 경례를 받고 싶어 안달을 한 모습 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이 왔다. 경찰은 인사를 하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게 남의 일은 아니었다 저쪽이 끝나면 내게로 올 것이다
나는 급히 마누라부터 피하라고 했다. 나는 낚시도 걷고 고기도 챙기고 급히 봉당바위에서 탈출하고 출입금지 지역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피하려 할 때, 경찰이 급히 불렀다. 경찰은 하나가 아니라 둘 이었다.
나는 낚시와 고기를 경찰 모르게 급히 숲으로 던지고 모르는 척 하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호각소리는 계속 들려 왔고 모른 척 하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경찰을 보고, 무슨 일이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나 말입니까?"
경찰은 그렇다고 하며 손짓으로 이리 오라는 것이었다
경찰 앞에 가자 어김없이 받기 싫은 경례를 한다.
"기초질서를 위반 하셨습니다. 신분증 보여주십시오."
나는 선뜻 응하지 않았다.
"기초질서를 위반이라뇨..? 도로 사이를 걸어도 기초질서 위반입니까?"
그러자 경찰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방금 출입금지 지역에서 나오셨습니다."
하면 따지듯 말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여기 경찰은 한번만 봐달라고 해서 봐 주는 경우를 보지 못 했다.
원래 원칙대로 하는 경찰관 이였다. 오리발 전법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무조건 아니라고 우겨야 한다. 내가 강에서 나오는 장면을 봤는지 모르지만, 시진을 찍지 않았고 아니라고 우기면 증거도 없다.
여기서 지면 나와 내 안내와 둘이 합하면 벌금이 벌금도 올라 4만원 된다.
4만원이면 후라이드 양념치킨이 네 마리에 소주가 네 병이다.
거짓말이 탄로나 공무집행 방해죄가 포함된다 하더라고 도저히 물러 설 수 없었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노라고 빠득빠득 우겼다. 그러자 두 사람이 봤는데 우길걸 우기라며 신분증 제시를 자꾸 요구했다.
상대는 전문가 둘 이고 나는 하나다. 잘못은 당연히 내가 했고 숫자를 보나, 행동으로 보나 말솜씨로 보나, 내가 불리하다. 나는 위에서 얼굴만 내밀고 구경하는 마누라를 부르며 구원 요청을 했다 혼자서 둘을 상대하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주선이 엄마! 나 나 여기 있었지.. 저 밑에 안 갔지?'
얼굴만 내밀고 구경만 하던 아내는 숨긴 모습은 나타내며..
"응.. 안 갔어..!"
그러자 두 경찰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분이 같이 있다 나오는 모습을 다 봤다며 신분증만 요구했다.
나는 손바닥 치고 발로 땅을 구르며 하늘을 보고 절규도 하며, 죽어도 안 들어갔노라고 빠득빠득 우겼고, 경찰관은 신분증 제시만 요구했다.
이럴 때 말 한 마디라고 응원 해주면 얼마나 힘이 나는데.. 같이 싸워 주지 못하고 구경만 하는 마누라는 얄밉기만 했다. 마누라는 말 한마디 거들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할 수 없이 자전거 타고 가는 행인에게 구원 요청을 했다.
"아저씨 내가 저 밑에 바위에 들어간거 봤어요?'
지나가는 아저씨는 당연히..
"못 봤는데요..!"
나는 큰 용기를 얻었다.
"거 봐요.. 못 봤고 하잖아요..! 나는 죽어도 안 들어갔다니까요..!!"
나는 큰소리를 치며 다시 빠득빠득 우겼다. 어떻게 나 심하게 우겼는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그 구역에 안 들어간 듯 착각 할 정도였다. 내 큰소리로 절규하는 소리에 탄복을 했는지 아님 상대도 되지 않는 사람 그냥 두자고 생각했는지. 두 경찰은 약속이나 한 듯 슬며시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차에 타고 가는 경찰관을 향해 고맙다고 90도로 인사를 꾸벅했다.
"휴~ 힘들었다. 다시는 마당바위고 봉당바위도 들어가지 않으리라..!"
처음으로 되지도 않는 사건을 우겨서 위기를 벗어난 기억되는 사건이었다. 어쩌다 친구들이랑 소주 마시며 딱지 이야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이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하지만 나보다 더한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시청에서 주차딱지를 떼었는데 시청에 가서 한나절만 따지면 다 해결된다고 한다.
한번도 아니고 몇 번을 그렇게 면제 받았다나..? 어떻게 하는 요령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시청 담당직원에게 찾아가 주차한 시간이 3분도 안됐다고 우기고, 병원에 가려고 했다고 우기고, 차도 고장 이였다고 우기고, 소리치고 책상도 두두리고, 분하고 억울하다고 울부짖으면 한나절도 안돼서 그냥 항복 한다고 한다.
시청에서 떼는 주차위반 딱지는 중앙청이나 청와대까지 올라가지 않고 시청에 남아 있기 때문에 하루 전에 따지면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그래도 어떻게 창피하게 한나절씩이나 따지냐고 묻자 한나절에 4만원 벌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돈 4만원이면 큰돈이다. 후라이드 양념치킨이 네 마리에 소주가 네 병이다.
나도 주차위반 딱지는 떼어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해서 한번 이 친구에게 배운 대로 써먹어 보려고 한번 따지러 갔는데, 여기 공무원은 다른데 공무원처럼 그렇게 물렁물렁 하지 않았다.
물론 책상을 두두리거나 억울하다고 큰소리 치지도 않았고, 한나절 따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친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내 성격엔 맞지 않았다.
그 친구가 사는 공무원은 천안삼거리 능수버들처럼 이리 휘고 저리 휘고 휘청휘정 하나보다.
이 딱지 사건이 있은 후 한동안 마당바위를 찾지 않았다. 어쩌다 지나면 도로 가드레일 경고판 앞에서 바위 감상만 하다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마당바위 문득 났다. 저녁 6시가 지났고, 공무원 단속도 느슨하고 무엇보다 낚시하기 편한 곳이기 때문이고 한동안 사람들이 뜸했기 때문에 낚시가 잘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휴~~ 본론으로 오기 참 힘들다..!!"
오랬만에 탁 트인 낚시터의 느낌을 감상하고 정신수양도 해 볼 셈 이였다. 차를 마당바위에서 멀리 세워 두고 마당바위로 향했다.
준비물은 작은 비밀 봉지 하나면 충분하다. 고기 담을 큰 양파자루와 지렁이 미끼, 그리고 낚시와 둥근 통에 낚시 줄을 감아 가지고 가면 된다.
낚시 줄 끝에 납봉과 낚시에 지렁이 미끼를 끼우고 그냥 던져서 낚시 줄을 손으로 쥐고 있으면 입질하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진다. 이때 손으로 그냥 당기면 된다. 일명 줄낚시 또는 떰벙낚시 라고 한다.
외부에서는 낚시하는 줄 전혀 모른다. 낚시 대가 없고 전혀 보이지 않기 대문이다.
사람만 숨기면 된다. 낚시는 상상대로 무척 잘 된다. 고기를 건저 내고 미끼를 끼우기 바쁠 정도였다.
한참을 고기 잡느라 정신없을 때 예고에 없던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산은 가져오지 않았다 만약에 도망갈 상황이 발생하면 쉽게 도망가기 위해서 이다.
그렇다고 돌아갈 상황도 아니다. 돌아간다고 한들 멀리 떨어져 있는 차에 도착하기 전, 옷은 모두 젖을 것이다.
머리를 썼다. 낚시를 담아온 작은 비닐봉투가 있었다. 나는 팬티를 남기고 모든 옷을 벗어 작은 비닐 속에 집어넣었다. 옷만 젖지 않으면 된다 몸은 젖어도 비가 그치면 물기만 털어 낸 뒤 다시 비닐속의 옷을 꺼내 입으면 되기 때문이다.
소나기가 그치고 한두 방울의 비가 오더니 그치는 듯 싶다. 몸에 물방울을 털어내고 옷을 입으려 할 때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마당바위 위에 인기척이 들리는 것이었다.
경찰..? 나는 순간 물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인기척은 점점 크게 들려오고 이내 나를 발견했다. 경찰이 아닌 일반인 이였다.
"거기서 뭐하세요?"
나는 대답하기가 난처했다 무심코.. 멱 감는다고 대답했다.
"미역 딴다구요..?"
제길! 강가에 무슨 미역..?
"미역이 아니라 멱 감는다구요.."
더러운 물에 무슨 멱입니까..? 그러지 말고 이리 나오세요.
한 사람이 네 사람으로 불어나 불안한 눈초리로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내가 자살하는 사람으로 착각했나 보다.
입장이 난처했다. 나가자니 팬티가 짝 달라붙어 창피도 하지만 뭐라 얘기를 해야할지 입장도 난처했다.
이때 진짜 사건이 발생했다. 마당바위 위 가드레일 넘어 도로에 파란 불 빨간 불이 반짝이는 차가 있었고 경찰이 호각을 불며 부르고 있었다.
네 사람들은 내 시선에서 벗어나 경찰로 향했고 나는 순간 어찌할 줄 몰랐다. 물 속에서 걸리면 2만원에서 가산료가 붙어 4만원이다.
4만원이면 후라이드 양념치킨이 네 마리에 소주가 네병이다.
그대로 당할 수 없었다. 머리를 물 속으로 잠수를 하고 잽싸게 밑으로 내려갔다 몸은 급류를 타고 쉽게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마당바위 아래에 바위와 풀 섶의 은폐물을 찾아 고개를 내 밀었다.
경찰과 네 사람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딱지를 끊으려고 하는 경찰관과 딱지를 끊기지 않으려는 네 사람..
네 사람은 어이없게도 사람이 빠져서 구하러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방금 사람이 빠졌는데 경찰아저씨와 얘기하는 사이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경찰을 거짓말이라고 했고, 신고를 하려면 정식절차를 거처 파출소로 신고하라고 하며 믿지 않았다. 만약에 거짓 신고라면 허의 신고로 처벌받을 수 있고, 사실이라면 벌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며 딱지를 끊는 것 같았다.
경찰도 사라지고 네 사람도 안 보였다. 나는 살금살금 물가로 올라갔다. 마당바위에 다다르자 한 사람이 나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아까 여기 있었는데 어떻게 밑에서 올라옵니까?"
나는 몸이 떨려서 대답을 못했다. 물이 샘물처럼 차가워 물에서 나오자 몸이 떨렸고 턱도 떨렸기 때문이다.
대답을 하지 않고 옷을 주섬주섬 입자 다시 물어왔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여기 있다가 저기로 갔으니까 저기서 올라오지요.."
그 사람은 어이가 없는 표정 이였다. 내가 왜 가지 않느냐고 묻자 내가 어디에 떠오르나 확인하느라고 떠나지 않았단다. 다른 세 사람은 파출소에 신고하러 갔다나..?
나는 옷을 모두 입고 낚시도 챙기고 잡은 고기도 챙기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이대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다른 친구들은 신고하러 갔는데 그럼 허위신고가 아니냐고 해결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보고 파출소에 가서 사실 규명을 해 달라는 뜻 이였다.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호랑이를 피해 물 속에서 생쑈를 다했는데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고...?
이 사람들은 허위신고도 그렇지만, 벌금을 만회 해보려는 속셈이었다. 네 명이 딱지를 끊었으면 12만원이다.
12만원이면 후라이드 양념치킨이 12마리에 소주가 12병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나를 발견했을 때 마당바위에서 들어오기 전입니까? 들어온 후입니까..? 그리고 물에 빠지다니요..? 허위신고 맞네요..!"
이 말 한마디 남기고 마당바위에서 속히 벗어났다.
이제 이 취미도 바꿔야 할 시기도 된 것 같다. 폭우가 쏟아지고, 일부지방엔 비 피해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낚시라니...? 이제 철들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제 다시는 마당바위에 오지 안는다고 다짐하며....
2004.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