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도시, 달궈진 아스팔트가 내뽐는 열기가 만만치 않다. 역 계단을 올라서니 바깓 공기가 후끈거리며
달라붙는다. 뜨거운 해를 피해 건물이 만들어준 그늘 속으로 걷는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요,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날씨다.
잠시 그늘에 기대어 쉬고 있을 때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할머니 한 분이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냥 걸어다니는 것조차도 힘들 것 같은 분이
리어카에 잔뜩 폐휴지를 싣고는 힘겹게 걸어간다. 저렇게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게 한 상황은 무엇일까?
나는 그 할머니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조차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아니,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열심히 산다고 감동을 할 수 있는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냥 그 모습을 보면서 삶이란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조금 잔인하지만 내가 저 나이가 되어 저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때에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상상해 본다.
이미 머리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나의 모습,
육체노동을 통해 흘리는 땀방울이 한낱 취미로 전락해있는 내 삶인데
'먹고 살기 위해서'저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저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릴만큼 순수하지 못한 중년의 남자,
무기력해진 모습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