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버들 꽃꽃
柳柳 花花
아들이 친구를 데리고 왔다. 전에 데리고 다니던 친구와 달리 머리도 빡빡 깎고, 옷도 안 빨아 입었는지 께제제하게 입고, 왠지 불량해
보였다. 아들 친구가 간 뒤 엄마는 아들에게 물었다.
"재는 어떤 친구야?"
"응, 엄마가 도망갔대! 무척 가난하게 살아, 공부도
못 하고..!"
아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마는 잘라 말한다.
"너, 다시는 그 친구 만나지마!"
엄마의 강한 어조에 감히
대꾸도 못 하고, 아들은 멀뚱멀뚱 엄마만 바라보고 있다. 왜 사귀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조차 필요 없다. 그냥 무조건 사귀지 말라!
명령이다.
엄마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아들이 나쁜 친구로 인해 엉뚱한 길로 빠질까 두려웠기 때문
일 것이다. 백로가 까마귀 와 같이 놀면 까마귀로 변질 될까봐 두려워하는 어머니의 걱정,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만 생각했지, 방금 떠난 아들 친구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대화를 방금 떠난 친구가 들었다면 그 친구는 마음은 어떠할까? 아마, 큰 실망감과 좌절감에 빠질 것이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집이 가난하면, 친구도 사귀면 안되나? 크나큰 충격에 세상을 원망하며 인생을 포기하고, 정말 나쁜 길로 빠질지 모른다.
불량한 친구라고, 태어나면서부터 불량하게 태어났을까? 가난한 친구라고, 태어나면서부터 가난했을까? 부모가 이혼을 했으면 부모의 책임이지 왜 아들까지 전가시키는가? 만약, 그 불량한 친구가 내 자식이거나 가까운 친지 조카라면 그렇게 얘기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무척이나 가엾이 여기고, 나쁜 길로 가지 않을까 조바심하며 공들여 대접할 것이다.
남의 자식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내 자식만 잘 되면 그만이다. 이런 어른들의 사고방식은 과연 옳은 것일까?
난 역으로, 어릴 때부터 이렇게 인간 차별하는 사람들은 무척 싫어했다. 내가 가난하고 못 배우고 불량하게 커서 그런 줄 모르겠다. 못 살면 못 산다고 무시하고, 못 배운 사람 못 배웠다고 무시하고, 잘 생겼다고 못 생긴 사람 무시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잘나지도 못 하고, 똑바로 배우지도 못 한 사람들이 차별을 한다. 정말로 인간답게 배우고, 인간다운 사람은 인간 차별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도 대쪽같은 사람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너무도 잘 나서 목이 뻣뻣한 사람들 자기가 너무 잘나서 모두가 자기를 존경하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
어릴 때 김삿갓 책을 읽고 무척이나 통쾌해 한 적이 있다. 어느 고을에 너무도 잘 난 양반이 살았다. 대쪽같이 목이 뻣뻣하고, 시시한 사람을 상대도 하지 않으면서 물에 빠져도 개 헤엄은 치지 않고, 팔자 걸음만 걸으며 살다 운명이 다해 죽었다. 때 마침 유명한 선비 시인인 김삿갓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유명한 선비에게 조문이나 받을까 하는 생각에, 자식들은 김삿갓을 모셔 조문을 써 달라고 부탁을 했다. 김삿갓은 어렵잖게 조문을 써 주고, 후한 대접을 받고 떠났다.
"柳柳 花花"
버들 유자 두 글자에 꽃 화자 두 글자. 한문을 해석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가 무슨 뜻인가? 버들버들, 꽃꽃..?
버드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꽃꽃 하게 살았다는 표현인가? 그러다 동네 선비가 그 글을 읽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해석을 했다.
"버들버들 떨다가 꼿꼿하게 뻣어죽었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러자 자식들은 너무도 화가 나 김삿갓을 쫓아갔지만, 이미 멀리 떠난 뒤였다.
자신만 알고, 주위에 모든 사람은 무시하고 살다간 사람에 대한 김삿갓의 통렬한 비판이다.
나도 김삿갓처럼은 아니지만, 버드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대나무처럼 꼿꼿한 사람을 이유 없이 싫어했다. 너무도 똑바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아마, 나는 그렇게 살지 못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시기나 질투 때문인지 모른다.
결혼하기 전, 나는 우연히 버드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처녀를 사귀게 됐다, 교육자 집안의 너무나도 당당한 처녀였다. 어느 정도 정도 들었을 때, 그 친구는 나를 떠보기 위해 술을 마시자고 했다. 술에 취하면 본성이 나타난다고 어디서 듣고, 술 취한 내 모습을 보고 나를 판단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떠보려는 행동과 태도가 너무도 미워, 역으로 술에 취한 척 하며 흩어진 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녀는 다시 확인을 했다. 그때의 모습이 본인의 성격이 맞느냐..? 나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맨 정신으로 술 취했을 때의 모습을 한번 더 보였다.
예쁘고 완벽한 그녀는 나를 떠났다. 나는 너무도 완벽한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잡지 않았다. 평생을 살면서 버드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을 내 방식대로 가르친다. 공부 못 하는 친구, 못 사는 친구, 불량친구 다 친구로 해도 좋다고 말한다. 좋은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에게 좋은 점을 배워라, 불량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의 장점만 배우고 단점은 배우지 마라. 그 친구는 너를 따라 너의 장점을 배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반대로, 그 친구 따라 불량 소년이 된다면 너는 그 친구에 진 것이다. 그 친구가 불량 소년이 아니라 너와 같이 성실한 친구로 바뀐다면 네가 이긴 것이다.
하지만 버드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친구를 사귀라고 말하지 않았다. 나도 사람 사귀는데 아직도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누가 좋고 누가 나쁘고 판단을 한다니...ㅉㅉㅉㅉ! 이제 철날 때도 됐는데....
200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