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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이야기

산으로 강으로 2005. 12. 26. 14:44

뱀 이야기..
예전에는 산에 다니면 뱀을 조심해야 했지만, 요즘은 산에 다녀도 뱀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몸보신용으로 인간들의 무자비한 포획 때문 일 것이다. 요즘도 산에 오르다 보면 산 중턱에 그물이 쳐 진 것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는데, 월동 준비를 위해 산에 오르는 뱀을 쉽게 잡을 수 있기 위함이다.  뱀을 찾는 사람은 많고, 뱀의 수효는 점점 줄어들고, 때문에 혐오동물인 뱀도 보호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릴 때 기억에.. 그러니까 내가 한 살 땐가 두 살 땐가.? 봄이 되면 우리 집 초가 지붕에 뱀이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봤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믿기 어려워 누이들에게 물어보면 사실 이였다고 한다. 한 두 살 때의 기억은  아니고, 쬐끔 더 써서 두 세 살 때가 인 듯.....???  맞나...? 하여튼, 그냥 넘어가자..!
뱀이 초가지붕에 매달려 있는 것은 참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치면, 그 알과 새끼 잡아먹으려고, 초가 지붕 처마 끝에 매달려 서로 싸우고 그러다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장관이었다.

뱀이 부엌에 들락거리는 것은 상식이고, 뒤 안 장독대에. 마루 밑, 하여튼 없는 곳이 없었다. 큰 구렁이가 안방 대들보에도 사람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구렁이가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하여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 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뱀이 정력제라고 소문나고, 허리 아픈 곳에는 즉효가 있다고 소문나고, 뱀이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몇 번을 봐도 보기 싫은 동물은 뱀 밖에 없을 것이다. 보기에도 흉직하고, 징그럽고, 독기 어린,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뱀, 이 혐오스러운 뱀이 사라진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멸종까지 이르러 보호 동물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동물 새끼치고 귀엽지 않은 새끼는 없다지만, 뱀만은 예외다. 고양이새끼 노는 모습은 너무 앙증맞고, 귀엽고 하루종일 같이 놀아도 지겹지 않다. 쥐새끼도 새끼 때는 귀엽다. 들 쥐새끼는 꼭 다람쥐 같이 생겨 집에서 키우고 싶은 충동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소새끼...? 아니지, 송아지, 송아지는 작아도 몸무게는 나만큼 된다, 엄마 배속에서 나오자마자 걸으려고 애 쓰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리고, 개새끼..? 아니, 강아지.. 강아지는 또 얼마나 귀여운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뱀새끼,,, 아니, 뱅아지...........? 에이~ 그냥, 뱀새끼로 하자..! 하여튼 뱀새끼는 새끼도 징그럽다. 나는 뱀을 너무도 싫어해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러니까 한 살 좀 넘어서 기억에.. ? 조금 더 쓰자..! 세 살 때쯤 돼서부터 뱀은 보이는 족족 다 죽였다. 밟아 죽이고, 패 죽이고, 물어 죽이고, 낫으로 모가지를 잘라 죽이고, 하여튼 모든 잔인한 방법은 다 동원해서 죽였다.

내 눈앞에서 살아간 뱀은 딱, 한 마리가 있다. 내가 결혼하고 4,5개월 됐을 때 충주댐에서 뱀을 발견했다. 나는 죽이려고 본능적으로 돌맹이를 집어 들었는데. 그 때 조카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삼촌! 숙모 배속에 아기 있어..! 죽이면 안 돼!!" 그 말을 듣고 그냥 살려 줬다. 임신 중에 살생을 하면 아기가 그 죽은 동물을 닮는 다나..?

뱀은 나에게 특별히 잘못 한 것 없다. 죄가 된다면 징그럽게 태어나 내 눈앞에 알짱거린 죄,  따지고 보면 죄도 아닌데 그냥 싫어서 무조건 죽였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과거로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나는 전생에 개구리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뱀에게 죽임을 당해서 인간으로 태어나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초등학교 3.4학년인가..? 하여튼 어릴 때 큰 구렁이를 잡았다. 혼자 잡은 것이 아니고, 같은 동네 친구들이랑 같이 합세해서 잡았다. 나는 머리잡고, 다를 친구는 몸통잡고 꼬리잡고, 하여튼 산 채로 잡았다. 큰 뱀을 산채로 잡으면 돈이 된다는 말을 어른들에게 듣고, 뱀 장사를 해 볼 셈으로 산 채로 잡은 것이다.

목을 끈으로 묶고, 끈을 밖으로 내고 자루에 넣어서 묶었다. 그리고 뱀 장사를 다녔다, 동네 한 바퀴~~!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요, 밤이면 밤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자~ 비~암이 왔어요, 비~암~!!"

하지만, 살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살려고 하는 유력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돈이 없다나..? 외상으로 달라나..? 그래서 친구들과 협의 끝에 팔지 않고 그냥 우리가 몸보신으로 구어 먹기로 했다.

그래서 뱀 요리를 하는데, 뱀을 자루에서 꺼내서 나무에 매달고... 껍질을 벗기고... (중간생략) 불을 피워서 구어 먹었는데 별 기억은 없고, 그냥 고기 맛으로 먹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키가 크고 힘이 좋은지 모르겠다.

뱀 잡는 실력을 점점 키워 나갔을 때, 아버지께 아주 눈물이 쑥 빠지도록 혼 난적이 있다. 독사를 맨 손으로 모가지를 움켜쥐고 아버지께 자랑하려고 갔는데, 아버지께 칭찬은 못 듣고 된통 혼만 났다. 그리고, 한참을 듣기 싫은 잔소리도 들어야 했다. 그 때는 내 잘못은 모르고 야단치는 아버지 잔소리만 듣기가 싫었다. '물리면 큰일난다, 잘 못 물리면 죽는 수도 있다.' 아버지 앞에서는 말은 못 하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참내~ 물리긴 왜 물려? 안 물리면 되지...!'

이 때부터 뱀을 산채로 잡지는 않았다. 맨 손으로 뱀을 만지는 일도 없었다. 그 때 아버지께서 칭찬만 해 주셨다면, 지금쯤, 유명한 보신탕집 주인이나, 뱀 박사 또는 뱀 공인중개사쯤은 되지 않았을까..?

아버지의 주위, 그리고 어른들은 독사의 독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실감나지 않았다. 독사의 작은 두 이빨에 물려 독이 들어가면 얼마나 들어갈까? 이빨이 주사기 기능을 하지도 않을 텐데. 이발사이에 독이 있으면 얼마나 묻어서 사람 몸 속에 파고든다고 사람이 죽을까..?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사실이었다. 동네 사람이 독사에 물려 죽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그 고인이 된 분도 나같이 잘난 척을 잘 했다. 한 사람이 약탕기에 물을 끓이고 독사를 집어넣으려 하면 독사는 자꾸 꾸물거리면 튀어나왔다. 독사 목에 끈으로 묶어 먼 거리에서 약탕기에 넣으려 하니 잘 되지 않았다. 보다 못 해 도와 준다고, 뱀 목에 끈을 풀고 두 손가락으로 뱀 목을 잡고 뱀을 꼬리부터 집어넣고, 대가리를 마지막으로 집어넣고, 뚜껑을 닫는 순간, 뱀 머리가 갑자기 튀어 오르면서 자신의 죽음에 복수를 하듯, "콕!"손가락 끝을 문 것이다.

이 때는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바늘에 찔린 듯 한 작은 두 이빨자국. 그 이빨 자국이 생명을 앗아간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린 즉시 손가락을 쥐었고, 만약을 대비해 손목까지 고무줄로 묶었다. 그리고, 면도칼로 물린 자국을 째고 피를 빨아냈다. 그리고, 해독제는 맞으려 병원에도 갔다.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침대에 누어서 아무 탈 없이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목이 땡긴다고 하고 몸을 떨었고,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운명을 했다고 한다. 너무도 허무하게...

그리고, 몇 개월 후, 우리동네 아줌마가 산에 나물 채취 갔다가 독사에게 발뒤꿈치를 물렸다. 한 사람이 죽고,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 충격은 컸다. 의견이 분분했다. 전에 죽은 사람은 병원에서 주사를 잘못 맞아 죽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 가는 도중 무리한 운동을 해서 독이 심장에 일찍 도달해서 죽었다는 말도 있고, 하여튼 그 아주머니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냥 기본적으로 물린 자리 피를 뽑고, 다리를 고무줄로 묶었는데 소용이 없었다. 묶은 자리를 지나 온 몸이 퉁퉁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6개월을 외부 출입을 못했고, 완전히 낳는데 1년이 걸렸다.

이 때부터 뱀과의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잡아먹기 위함이 아니다. 보기에도 징그럽게 생기고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 뱀은 죽여야 한다. 보이는 족족, 독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율메기(꽃뱀) 밀뱀, 물뱀, 구렁이, 살모사, 독사, 기사, 목사, 눈에 띠는 대로, 제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제켜두고, 사그리 다 죽였다.

죽이고 또, 죽여도 뱀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그리고 뱀의 기억은 서서히 사라졌다. 뱀과의 전쟁도 끝난 것이다. 시내로 이사를 하고 생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 내가 회사 다닐 무렵, 유난히 몸이 약해졌다는 친구가 있었다. 술을 조금만 마서도 취하고, 몸이 찌뿌등 하고, 왠지 건강이 예전만 못 하다고 만날 때마다 얘기했다. 그래서 몸보신용을 찾았는데, 보신용 중에 뱀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또 뱀 중에는 독사가 최고라고 어디서 듣고, 혼자 마시기엔 창피한 듯, 같이 가자고 나를 살살 꼬드겼다.  어릴 때 뱀을 구어 먹은 기억도 있고, 옛날 아버지께서 뱀탕을 드시는 것을 늘 봐 왔기 때문에, 그렇게 큰 거부반응은 들지 않았다.

뱀탕이 가격은 얼마나 될까. 생각난 김에 전화를 했는데.. 세상에...!! 뱀탕 한 접시에 7만원이라나..? 당시, 내 월급이 50만원 이였는데. 7만원이라니... 도저히 사먹을 수 없는 가격이다.

예전에는 뱀 장사들이 시골 장날이면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 당시엔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흔한 뱀 한 마리에 7만원이라니..

뱀 장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아~ ! 애들을 가라.! 애들은 가.! 밤이면 밤마다, 마누라에게 판정패 당하시는 분, 한 마리만 잡숴봐..! 다음날엔 케오 승으로 이겨..!!"
그리고, 뱀쑈를 시작하는데. 뱀이 양복 양 호주머니에 들어있고, 안 주머니에도 뱀이 있다., 뒷 주머니에도 있고, 뱀을 바지로 집어넣어 가랑이 사이로 나오게고, 윗목 사이에 집어넣고, 허리 사리로 나오고, 입으로 들어가 귀로 나오고, 또 코로 나오고, 뱀은 너무나도 자유자재로 다룬다.

뱀 장사가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뱀 가격도 올랐나보다, 하지만 산에 가면 천지가 뱀인데, 뱀을 사먹다니, 한 순간, 옛 일이 떠올랐다. 예전에 뱀 맨손으로 잡았을 때 아버지께서 혼만 안 내시고 칭찬을 하셨다면 지금쯤 유명한 땅꾼 내지는 유명한 蛇탕집 주인 또는, 유명한 蛇탕 공인중개사 정도는 돼서 큰돈을 벌었을 지도 모르는데, 아버지께서는 타고난 나의 유능한 재주를 썩히게 했다. 그래서 그 흔한 뱀도 사 먹어야 한다. 그것도 비싼 가격으로.. 생각을 바꿔 뱀은 사냥을 가기로 했다. 옛날 실력을 발휘하면 못 할 것도 없다.

때는1989년 6월 상순경, 일요일,
큰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돌이 많이 쌓인 습하고 깊은 계곡, 다섯 사내가 뱀에 걸신들려 뱀 사냥을 떠났다. 준비는 철저히 했다. 뱀에 물릴까, 장화를 신었고, 손에는 송곳으로 찔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 두꺼운 가죽장갑도 준비했고,  Y자로 된 긴 막대를 손에 들고, 자루 하나들고, 뱀이 많다는 유명한 장소를 찾아갔다. 그리고, 기다리던 큰 독사를 발견했다. 뱀을 본 순간 너무 반가워서 일까..? "뱀이다.! 뱀..!" 하며 도망을 친다. 나도 덩달아 도망을 갔다. 안정된 거리로 도망친 후, 서로 얼굴을 처다 보고 한바탕 '껄껄껄' 웃었다. 세상에 뱀 사냥한다는 사람들이 뱀보고 도망을 치다니. 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웃겨 더 웃었다. 예전에 뱀 킬러라는 놈이 뱀을 보고 도망을 가다니, 너무도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웃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머리를 안 감았는지. 머리가 엉크렇고, 눈은 졸이는 듯 한 눈, 코는 약간 들창고, 생기기는 꼭, 만화에 나오는 머털도사 비슷하게 생겼다. 이 친구는 말없이 뱀에게 닦아 가더니, 가져간 Y자 막대도 사용하지 않고, 발로 밟고, 뱀 목을 쥐고, 자루로 '휙!' 집어넣는다, 나머지 친구들은 그냥 "뱀이다!" 발견만 하면, 잡는 것은 이 친구가 다 잡는다.  독사는 도망을 잘 가지 않아 잡기가 쉽다. 자신의 독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도망을 가도 아주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도망을 간다. 그러니 잡기는 너무도 쉽다. 이렇게 해서 잡은 뱀은 모두 15마리였다.

뱀은 잡았고, 이제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가 문제다. 감초도 넣고, 인삼도 넣고 대추도 넣고, 탕을 끓여야 보신이 된다고 했고, 그냥 구어 먹어도 똑같다고 했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탕을 끓일 경우 어디에서 어떻게 끓이느냐가 문제고, 굽는 경우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다. 당장 실험 삼아 세 마리 잡았다, 그리고 불에 넣어 익혔는데, 냄새부터 고약해 먹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났다. 그래도 몸을 생각해 억지로 먹는데, "아~ 그 노린내.. !" 코를 쥐고 씹어서 억지로 넘기는데 왜, 자꾸 다시 넘어오는지.. 억지로 한번 먹고, 뱀으로부터의 몸보신을 포기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가 포기했다. 그리고 잡은 뱀도 다 포기했다. 그래서 蛇탕집에 팔려고 했지만, 노린내도 개의치 않고 다 뜯어먹는 머털도사만 팔기를 거부했다. 잡기는 모두 자신이 잡았다며 자신이 가진다는 거였다. 모두들 반대하지 않았다. 보신은 무슨 보신? 냄새만 지독하게 나고, 뱀은 가져간들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또, 어떻게 잡아먹어야 하는데...? 친구들 모두가 머털도가가 모두 가져간다고 하는데, 의를 제기 하는 친구는 없었다.

그리고 이튼날
친구들끼리 다시 모였다. 우리가 사실 잘 못 먹었다고 후회를 했다. 탕을 끓여 마셔야 약이 되는데, 그냥 구어서 씹어 먹으면, 고기도 아니고 노린내나는 것을 어떻게 먹느냐고, 먹는 방법이 틀렸다고 머털도사에게 돌려준 뱀을 아까워하고 후회를 했다. 그리고 머털도사를 설득해 다시 탕으로 마셔 보자고, 의견일치를 봤다. 머털도사 친구는 우리의 의견을 쉽게 들어 줬다.

그 날 오후, 탕 그릇을 다섯 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인삼도 준비를 하고, 대추, 생강, 감초.. 등등.. 뱀 만 가져오면 된다. 머털도사는 뱀을 집 밖에 보관을 한 것이 아니라, 자루에 든 뱀을 프라스틱 상자에 넣어 냉장고 깊은 곳에 마누라 몰래 보관을 했다.

머털도사 마누라가 시장 가고 없는 틈을 타, 뱀을 꺼내어 보니 세상에..! 서로 엉켜 '꽁꽁' 얼어붙어 분리가 쉽지 않았다. 싱크대에 물은 채우고 뱀을 넣었다. 쉽게 녹이기 위함이었다. 집에선 차마 요리를 못 하고 집 근처 밭에서 탕기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뱀탕을 가스불로 하면 약효가 모두 달아난다고, 나무를 태워 물을 끓였다. 앞으로 닦아올 불행은 생각도 못 하고..

그리고, 큰 일이 벌어졌다. 뱀을 가지러 집에 간 머털도사가 큰소리를 치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뱀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모두 살아서 도망을 갔다고, 머털도사 답지 않게 흥분을 하며 뛰어왔다. 모두가 당황했다. 큰일이다! 보통 뱀도 아니고, 독사가 집안에서 살아났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열 두 마리나 된다.

뱀은 냉혈동물이라 웬만큼 얼어선 죽지를 않는데. 우리는 얼어서 모두들 죽었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당황한 마음으로 모두들 머털도사 집으로 달려갔다. 집 앞에 다다르자 벌써 현관 문 앞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머털도사 마누라였다. 우리가 다가가자, "배~배배배~~ 뱀~!"하면 헛소리를 한다,  머털도사 마누라를 재빨리 마당으로 끌어내고 뱀에 물린 자리를 확인했다. 다행이 뱀에 물리진 않았고 뱀보고 놀라서 잠시 기절을 한 것이다. 시장 갔다 와서 무심코 현관문을 열자 뱀을 발견하고 놀란 것이다. 문 앞에서 혀를 낼름거리며 기어가는 뱀, 쇼파에 베개 비고 누어서 TV보는 뱀, 벽에 걸린 시계에 걸쳐 축, 늘어진 뱀. 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놀라지 않을 주부가 어디에 있겠는가?

친구들은 준비를 하고 다시 뱀을 잡으러 들어갔다. 그러나 한번 잡혔던 뱀들이 어디, 나 잡아가슈~ 하겠나? 잽싸게 "사삭~!" 숨었다. 뱀과의 숨바꼭질은 시작됐다. 쇼파도 속에서 한 마리 잡아내고, 싱크대 밑에서 한 마리 잡고, 장롱 밑에서 잡고, Tv 옆에서도 잡고, 모두 잡아 세어보니 11마리. 한 마리가 없다. 다시 뒤지기는 시작이 되고, 솜이불까지 틑어서 봤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전혀 없는데 어디로 사라졌을까..? 날은 저물어 점점 어두워지고, 뱀 잡이를 포기했다.

그리고, 친구들은 모두 내일이 아닌 듯 집으로 가려고 하자, 머털도사와 그 마누라는 우리를 잡았다. 이렇게 해 놓고 그냥 가면 자기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대문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못 가게 했다. 허긴, 얼마나 불안할까. 잠시라도 걱정을 덜어 주려고 머털도사 아내가 마련한 술상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어느정도 오르고, 분위기 무르익을 무렵, 머털도가는 화장실은 간다고 갔다. 문을 열고, 무엇을 봤을까?

"배배배~~ 뱀이다!"소리치는 순간, 술상위로 뱀이 '툭!' 떨어졌다. 그 짧은 순간,  친구들은 수류탄이라도 술상에 떨어진 듯 반사적으로 모두들 그 자리에서 잽싸게 튕겨져 나갔다. 술상은 엎어지고, 술병 깨지는 소리와, 그릇 뒹구는 소리에 아수라장이 됐다. 정신을 차려 다시 뱀을 봤을 땐, 금방 살아서 술상에서 꿈틀대던 독사는 엎어진 술상 옆에서 서서히 허리띠로 변하고 있었다. 머털도사는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화장실 문 앞에서 '껄걸' 거리며 웃고 있었다.

200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