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담배나 태워야겠다.

산으로 강으로 2013. 9. 30. 19:11

요즘 내가 담배를 다시 피우는 건지, 끊었는지 잘 모르겠다.

20년 전 즈음에 담배를 완전히 끊었는데 요즘은 가끔 피우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술에 취했을 때, 또는 큰일을 마쳤을 때, 또는 스트레스 받았을 때 태운다.

그러나 내가 직접 담배를 산 적이 없다.

술에 취하면 친구의 담배를 얻어 태우고, 혼자 있을 때는 어쩌다 생긴 담배를 태운다.

그러다 자식들에게 들킨다,

그러면 가만히 있지 않고 곧바로 즈 엄마한테 이른다.

"엄마! 아빠 지금 밖에서 담배 태워~!"

그 소리가 들리는 즉시 나는 담뱃불을 꺼 버린다.

"삐걱~! (현관문 여는 소리)

마누라는 주위에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잔소리를 퍼 붓는다.

"어렵게 끊어 놓고 담배를 왜, 태워? 오늘 집에 들어오지 마!"

하고 문을 쾅! 닫고 철커덕 잠근다.

그리고 또 문이 열린다.

이번엔 내가 사랑하는 내 새끼들이다.

일러 놓고 내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왠지 고소하다는 모습으로 히죽히죽 웃고 들어가 즈그 엄마처럼 문은 쾅! 닫고 철커덕 잠근다.

그 까짓 담배 한대가 뭐라고 마누라부터 내 새끼들 까지 푸대접을 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가족에게 왕따 당하고 있는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어른이 멀리 있어도 절대 담배를 태우지 못했다.

아니, 어른 아니라 동네 형들 앞에서도 담배를 태우지 못 했다.

어른이 볼세라 몰래 숨어서 태워야 했다.

예전엔 극장에 들어가고 싶어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요렇게 쓰여 있어서 못 들어갔고, 다방이나 싸롱에서 미성년자출입불가,

이래서 못 들어갔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도 변하자 거꾸로 됐다.

요즘엔 나이트크럽 가려 해도, 물 흐린다면 노친네는 못 들어오게 한다.

젊은이들이 꽉 찬, 커피숍에 들어갔어도 눈치 보여 그냥 나온다.

젊었을 때는 나이어리다 못 들어오게 하고, 나이가 드니 분위기 흐린다며 못 들어오게 한다.

젊었을 땐 어른이 무서워 숨어 담배 태우고, 늙어서는 아이들이 무서워 숨어 담배 태운다.

"아아~!! 불쌍한 베이비부머세대여~~!!"

베이비부머세대들은 학교를 갈 수 없어도 부모 원망하지 않았고, 방과 후 논, 밭에서 일하고, 나무하고, 꼴 베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 등등,, 집안일 도우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으며 결혼해서 셋방 살면서도 부모 원망은 전혀 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 어려운 삶에서도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줄 알며 살았다.

예전엔 먹는 것부터 어른이 우선이었으나 요즘은 아이가 우선이다.

세상을 탓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스스로 뒷전으로 물러나고 자식들을 우선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너만 건강하고 너만 공부 잘 하면 우리를 아무렇게 살아도 좋다.

이런 식으로 키웠으니 현실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다.

예전 어른들처럼 공부 잘 하면 학교 보내고, 못하면 지게 지워서 밭으로 내 보내고 이런 식으로 자식을 키우면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유치원 보내야 하고,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도 보내야 하고, 공부 못 해도 얼빠진 대학이라도 보내야 하고, 가고 싶다면 유학도 보내야 하고, 학업만 끝나면 다 키웠나? 아니다.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전세라도 해서 결혼 시켜야 하고, 이것으로 끝났나? 아니다.

애 나면 애도 봐 줘야하고, 여유 되면 손자를 다 클 때 까지 내가 키워야하고, 이것으로 끝났나?

요즘은 이혼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세 쌍이면 한 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내 자식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손자까지 있는데 이혼한다면, 그 속은 또 어떻게 썩어야 하나?

주위에 일어나는 이웃의 모습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니란 불길한 생각이 나를 엄습한다.

우리가 인생을 마감할 때는 어떻게 될까?

아이들이 자주 찾아 줄까?

요즘도 요양원에 맡겨놓고 가끔씩 들러본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될 때는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받을 줄만 알고 성장한 이기적인 요즘 세대들..

차라리 기대도 하지 않고 인생을 마감하는 게 속 편할 듯싶다.

그런가?

,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해야 하나?

아니겠지......!

아마, 내 새끼들은 잘 살고, 부모에게도 효도 할 거야 틀림없이..

그런가?

내 새끼들은 과연 믿어도 될까?

담배 한대 태웠다고 즉시, 즈 엄마에게 이르는 내 새끼들을 과연 믿을 수 있나?

에이~~ 오지 않은 미래를 쓸데없이 대출 받아 고민했다.

뭔가 답답하고 불안할 땐 특효약이 있다.

담배나 태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