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잃어버린 6개월

산으로 강으로 2014. 9. 11. 13:52

우연히 조카(생질)집을 지나치다 깜짝 놀랐다.

담이 뜯겨지고 나무는 뽑혀지고 집을 뜯고 새로 고치려는 듯 대 공사를 하기 때문이었다.

어찌 된 일인가?

조카가 수리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조카에게 그럴만한 돈이 없다.

그리고 나이도 50 이 넘은 나이에 혼자 살고 있다.

또 집도 자신의 집이 아닌 아버지 집이다.

그러므로 이런 큰일을 벌일 조카는 더욱 아니다.

공사가 너무 커서 적어도 오천 만원은 더 들어간 듯한 공사이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돈도 많지 않다.

올 1월에 들렀는데 일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되었고 통장에 1800만원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으므로 더욱 그렇다.

조카의 뜻이 아니라면 매형이 팔았거나 공사를 한다는 뜻 인데 그렇다면 조카는 어디에 있는가?

궁금해 서둘러 전화를 하니 전화기가 꺼져 있다.

야간 일을 하고 전화기를 꺼 놓고 잠이 든 것일까?

저녁이 되어서 전화를 하니 역시 전화기는 꺼져있다.

밤에도, 다음 날 아침에도..

그 조카에게 직접 소식을 전해 들으려 했으나 전화기기 계속 꺼져 있으니 불가능했다.

난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소식을 전해들을 수밖에 없었다.

큰 조카에게 전화를 했다.

"너희 집에 무슨 일 있니? 너희 집 팔렸니, 수리하는 거니?"

큰 조카의 대답은 담담했다.

"팔았어.."

"그럼, 형준이는..?"

"그건 외삼촌이 더 잘 알잖아.. 끊을래!"

철커덕,

"괘씸한 놈, 내가 알기는 뭘 알아? 알면 지 놈한테 물어 봤겠어?"

여기 저기 전화를 해 조카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올 1월에 보고 못 본 듯하다.

당시 추워서 수돗물이 얼어서 나오지 않으니 와서 좀 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전화 통화도 한 기억이 없다.

그 집 옆을 지나치면 조카 차가 서 있다.

그러면 그냥 지나쳤다. 보나마나 집에 있을 테고 일을 가지 않은 상태다.

들어가 보면 보나마나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 있다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도 쓸데없는 이야기만 한다.

일을 하지 않느냐 하면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정치 얘기만 한다.

난 그런 조카 싫었다.

옛날 내 작은형의 아픈 기억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작은형은 정신병으로 결혼도 못 하고 수용시설에서 쓸쓸히 인생을 마감했다.

조카마저 이와 비슷하다.

밖에 출입을 하지 않고 사람만나는 걸 싫어하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조카가 형을 닮아가는 것 같아 보기 싫었고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추석도 지나고 9월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소식을 모르고 지낸지도 8개월이나 되어간다.

뜻밖의 소식,

조카는 6개월 전에 자살을 했단다.

처음 발견한 사람도 경찰이다.

전기세가 자꾸 밀려 누적된 요금이 날아와 확인을 부탁하니 유서를 써 놓고 독극물을 마시고 죽어있었단다.

발견당시 5월이었는데 사망추정 시간은 부패 정도로 보아 3월쯤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발견한 사람도 2개월이 지나서야 알았고 나는 더 지난 6개월이 지나서야 알게 된 셈이다.

모두 그 조카에게 무관심했다.

가족도 그랬고 친척도 그랬고 친구도 그랬다.

그 친구의 사는 모습이 상식 밖이라 가족도 피하고 친구도 피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그 친구는 외로웠다.

더 살고 싶은 가치도 잃어 버렸다.

그랬기에 자살을 선택했으리라 예상해 본다.

그러나 내가 화가 나는 것은 그래도 가까이 했던 그 조카의 사망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전화라도 해 보고, 보기 싫어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들러 봐야 했는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또 그런 비극이 발생했다면 내게 알려야 하는 도리가 아닌가?

다는 사람은 몰라도 외삼촌인 나는 그 조카 가장 가까이 사는 친척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가는 모습을 보지 못 한 슬픈 마음이 분노로 바뀌고 술에 취했음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갑자기 누나 그리고 매형이 미워지고 조카들도 미워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미워하면 무엇 하리,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늦었으나마 명복을 빌어주는 수밖에..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그 6개월이란 시간이 고맙기도 하다.

그 친구는 죽었지만 난 모르고 있었으니 그 6개월 동안 그 친구는 내게 살아있었다.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 친구는 비로소 내 곁을 떠난 것이다.

그 친구는 6개월 전에 떠났지만 내게는 지금 떠났고 나는 지금 그 조카의 장례기간이다.

떠난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미안하다는 말 밖에.. 그리고 고맙기도 하다.

비극을 모든 경사가 뒤로 미뤘음에...

내 손자도 태어난 후에 추석 명절도 지난 뒤에....

이왕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떠났다면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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