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빗길 산행 조심하세요.

산으로 강으로 2013. 9. 30. 18:53

산을 무척 좋아하는 여인이 있었다.

전국의 명산은 다 다녀보고 죽고 싶다는 여인이 있었다.

산을 너무 늦게 다녔다며 후회를 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일요일마다 전국명산에 다니고 싶어 하는 여인이 있었다.


처음엔 작은 산 몇 번 다니다 큰 산에 도전하게 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처음 오른 여인은 크게 감격하며 하늘을 향해 멀리 보이는 산하를 보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였다.

 

큰 산에도 몇번 다녀온 여인은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름 있는 산악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부부가 같이 다니면 서로 의지도 되고 좋은데 남편 되는 분은 산을 싫어했다.

힘들고, 돈도 안생기고, 위험한 일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이 통하지 않는 남편이라고 했다.


생판 모르는 산악회에는 가입 할 수 없어 친구가 다니는 산악회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6.25사변이 일어난 2006년 일요일, 경상도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도롱뇽 사건으로 유명한 천성산에 도전하였다.


첫 산행을 시샘한 것일까?

변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충주엔 전혀 비가오지 않았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비는 점점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나와 내 마누라는 산행을 포기하자고 했다.

비가 오는 날 산행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산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3분의 1이나 되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산행인 들은 비를 맞고 가고, 포기한 사람들은 주차된 곳에서 가까운 명승지나 다니며 구경하고 동동주 마시고 기다리는 것이다.


근데, 그 여인의 고집은 완강했다.

여기까지 내려와서 포기는 없다는 것이다.

여인의 초행길 산행을 홀로 보낼 수 없어서 나와 내 아내는 할 수없이 우비를 입고 같이 산행하였다.


등산하는 길은 힘들지만 위험은 적고, 하산하는 길은 쉽다고 하나, 위험하기에 내려오는 길이 더 어렵다고 산행 인들은 말한다.


내려오는 길은 정말 험했다. 비가 와서 미끄럽고, 빗물에 약해진 돌을 잘못 디디면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위험하가 그지없었다.

아내는 친구에게 신랑의 손을 잡아도 좋다고 하고 안아도 좋으니 위험한 곳에는 자신의 남편을 의지하라고 배려를 하였다.


그러나 그 여인은 거부했다. "내려가는 길은 펄펄 날라요." 하며 내 손을 잡기도 싫어했다.

내 아내는 그 여인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불안했다.

그 여인은 잘 내려가고 있었으나 내 아내는 쩔쩔매며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 여인은 나와 아내를 앞지르고 저만치 앞에 내려간다.

위험하다고 천천히 가라고 했지만 자신이 있었는지, 내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대답도 하지 않고 내려가고 있었다.


얼마쯤 내려가고 있을까..

그 여인도 지쳤는지 저만치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지가..?'

천천히 내려와 여인을 보자,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119불러 주세요. 다리가 아파요..." 하며 왼쪽 장딴지를 쥐고 있었다.

깜짝 놀라 바지를 올려보니, 세상에...!!

발목이 변형되어있었다.

발목위에 뭔가 돌출된 것도 보였고,  의사가 아니라, 누가 봐도 다리가 똑, 부러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이 캄캄했다.

갈 길이 아직 멀었고, 험한 코스를 다 내려온 것이 아니고 전화도 불통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내려가 119를 부르려니 언제 올지 모르고, 또 다친 아내 친구를 그냥 두고 내려갈 수도 없고, 할수 없이 내 가방을 아내에 주고 내 등에 업히라고 했다.


미끄러운 빗길은 너무 위험했다.

울퉁불퉁 바위의 돌출이 심한 곳에 환자를 등에 없고 내려온 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위였다.

그러나 그 곳에 들것이 있다고 해도 넷이 운반하기도 쉬운 장소는 아니었다.

힘들게 겨우겨우 위험한 코스를 겨우 지나 내려오니 들것을 가지고 오는 산악회 동료가 있었다.


산악회 동료와 함께 어려운 코스를 내려오니 119 구급차가 도착하였다.

한사람만 탈수 있는 구급차 안에 내가 보호자가 되어 병원에 도착해 응급처치 하고, 귀향길 버스에 그 여인을 힘겹게 안고 앞자리에 간신히 안착시켜 드렸다.


네 시간에 걸쳐 충주에 도착해 병원에 안고 들어가 침대에 뉘어놓고 집으로 귀가 할 수 있었다.


입문은 닫고 있던 아내는 그제 서야 입을 열었다.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평소보가 훨씬 거칠었다.


"c팔련, 개 *같은 년. 남편 손 빌려준다고 했을 때 손잡지, 안 잡는다고 도도하게 지랄하더니, 안고, 업고, 얼굴비비고, 별지랄 다했네.."


그리고 나를 힐끔 보며  시비를 걸었다.

"친구 안고 차에 오를 때 영화 한 장면 같던데..? 얼굴도 맞대고.. 아주 키스까지 하지 그랫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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