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보면 도로에 차에 치어 죽은 짐승들의 시체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도회지를 벗어난 외각지에서 노루와 너구리 시체도 가끔 발견되지만
도회지는 대부분 애완견 아니면 들고양이들이다.
피는 튀겨서 도로를 붉게 물들이고 시신은 털과 함께 도로에 흩어져 있어도 관심 가져주는 이 없다.
나도 남들처럼 무관심하게 지나쳤으나 어느 때 부터 검은색 동물의 시신을 발견하면
차를 멈추고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집 발발이가 집을 나갔는데 2년째 집을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시체라도 발견되면 한때 같은 식구이기에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기 위함이었다.
햇수로 2년이 지났으면 벌써 누구에게 잡아 먹혔거나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떠돌이개가 되어 돌아다니다 도로에서 생을 마감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대문을 열고 나갈 때는 혹, 돌아오지 않을까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예전, 시골에서 개를 기를 때는 거의 놓아 키웠지 묶어서 키우진 않았다.
밭을 갈아놓고 씨앗을 뿌렸을 때 밭은 헤집고 다니거나, 동네 전체에 쥐약을 놓았을 때 빼고는
거의 개목걸이는 풀어 주었다.
개와 같이 멀리 떠났다가 개를 잃어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안 보여도 날이 저물면 반드시 집으로 귀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시내에서 돌아다는 개들은 시골서 키우던 개와는 입장이 다르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집을 잃고 주인 없는 떠돌이 개가 되는 것이다.
좁은 대문 때문에 나가기도 힘들지만, 일단 나가면 문이 잠겨 있어 초인종 누를 능력이 없으니
들어오기도 힘들다.
(집나간 우리 집 발발이)
때문에 우리 집 발발이도 떠돌이개가 되지 않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떠돌이 개가 되어 쓰레기통이나 뒤지며 떠돌아다니다 도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차와 마주치면 인생..?? 아니 견생은 마무리 되는 것이다.
사람은 동물이고 때론 물건이라도 정을 주면 정을 준만큼, 헤어질 때 힘들다.
내가 어렸을 때, 개를 팔려고 개장수에게 돈을 받은 아버지께
개 팔지 말라고 매달려 울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부모님은 나 때문에 개를 못 팔았는데 어느 때 인가?
개가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개를 찾으려 물가도 갔었고 여러 동네 다 찾아 다녔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강 건너에서 멍멍,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 우리 개가 아닐까 강으로 뛰어나가 워리~ 워리~! 외쳤다.
그러자 강 건너에서 깨갱, 소리와 함께 첨벙하는 소리가 들렸다.
첨벙 소리를 향해 눈은 돌리자 한 겨울 성아장을 헤치고 헤엄쳐 오는 개는 분명 우리 집 워리였다.
강을 건너와 몸을 흔들어 물을 털어낸 후에 추위에 부들부들 떨며 내게 다가오는 워리..
워리를 안고 싶었지만 온몸은 차가운 물투성이다.
안고 뛸 힘도 없었기에 반가운 만남의 재회는 뒤로 미루고 집을 향해 뛰었다.
워리도 추위를 빨리 벗어나려는 듯 나와함께 힘차게 집을 향해 뛰었다.
워리가 돌아왔으니 부모님은 물론이고 누나 형들 모두 반가워 할 것이다.
이 기쁜 소식을 한 시라고 빨리 전하기 위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뛰면서 집으로 향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부지~ ! 엄마~! 누나...! 워리가 돌아왔어!!
집에 도착하자 부모님, 누나, 형이 모두들 놀라워하며 워리와 나를 반겼다.
워리를 서둘러 부엌으로 데리고 가 아궁이에 불 쪼이고 수건으로 워리의 물기를 닦아 줬다.
워리는 반갑다는 듯 내 얼굴을 핥았고 나도 워리를 껴 않았다.
그런데, 반갑게 맞이할 줄 알았던 부모님의 표정은 크게 반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사실은 개가 집을 나간 것이 아니고, 개를 나 몰래 팔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튼 날 개장수가 우리 집을 다녀갔단다.
개가 도망갔는데 혹, 집에 안 찾아왔느냐고..
사실 안 찾아왔으니 부모님께선 안 들어왔다고 하셨겠지
그런데, 이틀 뒤에 개가 기적처럼 집을 찾아 온 것이다.
언젠가 티비에서 팔려간 진돗개 백구가 한 달 뒤에 주인을 찾아갔다고 해서
명견이라고 방영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 워리는 이름있는 진돗개가 아니어도 사흘 만에 집을 찾아왔다.
이렇게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하는 똑똑한 개는 평생 키워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다.
개 값을 돌려주고 개를 팔지 않기로 부모님과 약속을 하고 학교를 다녀온 사이
부모님께서는 개가 또 집은 나갔다고 뻔한 거짓말을 또 하셨다.
그 말을 듣고 가방을 패대기치고 봉당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내가 어릴 때 워리는 친구 이상 가까웠다.
워리는 나보다 몸집이 컷지만 내 말에 복종하는 우리 집의 유일한 식구였다.
앉으라면 앉고,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친구들도 워리만 데리고 가면 내게 함부로 대하지 못 했다.
친구들이 내게 작은 손찌검만 있어도 하얀 이빨은 들어내고 으르렁 거리는 명견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갈 때도 중간지점인 공동묘지 까지 따라왔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마중까지 나왔다.
산에 갈 때는 산으로, 강에 갈 때는 강으로, 항상 나와 함께 하는 가족이자 친구였다.
이런 충성스런 워리를 팔다니.. 부모님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한동안 워리를 잊지 못 하였다.
혹, 또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강가에 나가 큰 소리로 워리를 불러 보기도 하였다.
이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아버지께서 장날, 시장에서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사 오셨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다고 했던가?
워리를 향했던 마음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잊어지고 워리에게 향했던 모든 정이
예쁜 강아지에게 옮겨지는 내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강아지가 커서 멍멍, 짖는 개가 되면 부모님께서는 또 개가 집을 나갔다고
선의에 거짓말을 하셨다.
나는 맹세를 하고, 또 맹세를 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절대로, 절대로, 키우던 개는 팔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나처럼 강아지를 좋아했기에 발발이 한 마리를 온 정성을 들여
가족의 정을 듬뿍 받으며 컷는데 집을 나간 것이다.
내 자식들은 말 했다. 아버지인 내가 몰래 팔아 술 사먹었다고..
정말 판 것이 아니고 스스로 집을 나갔는데..
억울 하기만 했다.
그러고 보면 그 옛날 부모님께서 팔았던 개도 정말 판 것이 아니라 집을 스스로 나간 건 아닌지..?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발발이도 잊혀질 즈음, 아들이 강아지를 한 마리 주워왔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 낑낑, 거리며 뒷다리를 끌고 다니는 강아지를
보다못해 불쌍해서 데려 왔단다.
어째든 우리 집에 들어온 생명, 그대로 보낼 수 없어
아침 일찍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사료 한 봉지를 거금들여 사 왔다.
그렇게 강아지와 정들고 다리도 어느 정도 낳아 걸어다릴 수 있을 즈음
그 놈의 강아지는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리 치료 받고 도망 간 개애~~새..?)
큰 고양이가 잡아 먹었을리도 없고, 누가 훔쳐갔을리도 없고, 분명 다리가 낫고 걷기 시작하면서
집을 나간 것이다. 사료 한 봉지도 다 먹기도 전에..
전에 키웠던 발발이도 괘씸하고 이번 주어온 강아지는 더욱 괘씸하다.
내가 어릴때 키웠던 워리와는 왜 그렇게 비교가 되는지..
이럴줄 알았으면 발발이도 팔아버릴껄..
그럼 최소 5만원은 받았을텐데..
주워 온 강아지도 사료도 주지말고 그냥 내다 버릴껄..
생각할 수록 괘씸하고 욕이 절로 나온다.
의리 없는 개애~~ 새~?들..!
그나 저나 거금주고 사 들인 사료는 어떻하지?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버리자니 아깝고, 아깝다고 내가 먹을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