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산으로 강으로 2014. 4. 10. 12:46

이스라엘 다윗왕이 세공기술자를 불러 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반지에 글귀도 부탁했는데 내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을 때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또 내가 패하였을 때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어 달라고 명하였다.

 

 

 

세공들은 반지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반지에 새겨 넣을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잘 나갈 때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

그 글을 작은 반지에 새기려면 글도 짧아야 했기에 짧고 뜻 있는 글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동아시아, 한국이나 중국처럼 뜻글자인 한문을 쓰지도 않았을 테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다윗왕의 아들 솔로몬을 찾아가 지혜의 글을 부탁했다.

이 때 왕자 솔로몬이 일러준 글귀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다.

 

 

 

이 이야기가 구약성경에 나온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데 실제 이 글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다윗이 전쟁을 할 때는 솔로몬이 태어나지 전이고 또 솔로몬이 성장했을 때는

이미 태평성대가 이루어진 다음으로 이 내용은 시기적으로도 안 맞는다고 한다.

더 정확한 정보에 의하면 유대인의 성경 주석을 담은 책 "마드리쉬"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 방대한 내용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째든 유대인들이 널리 쓰이는 명언 이라고 한다.

 

 

 

잘 나갈 때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주는 글,

서로 극과 극인 상황에도 모두 통하는 글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즐거운 시간도 지나가면 그만이고 괴로운 시간도 지나가면 그만이고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고 있기에

즐거우나 괴로우나 그 시간에 집착할 하등의 가치가 없다는 뜻 이다.

 

 

누가 이 글귀를 생각해 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참으로 대단하고 감탄스러운 글귀임이 틀림없다.

 

사람은 누구나 한 세상 살면서 좋은 시절도 겪고 또한 절망스러운 시절도 겪으며 한 세상 살아간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낼 때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기에

그 시간이 멈춰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그 시간도 지나가는 한 부분일 뿐이다.

영원해 그 시간에만 머무를 수 없다.

아무리 행복한 시간이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뜨겁게 사랑했음에도 이별을 해야 할 때는 그 이별의 고통이 싫어 죽음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꽤 있다.

이런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하는 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지나고 나면 그 목숨을 걸었던 그 사랑도 먼 세월이 흐르면 아무렇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훗날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생소한 사람처럼 그저 그렇게 지나쳐 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때 왜 그렇게 괴롭고 힘들어 했는지 스스로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이렇게 바꿔 버린다.

 

 

 

행복한 시간도 또 불행한 시간도 그저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따스한 봄 날씨도 그저 그렇게 지나갈 뿐이고 살을 에일 듯한 추운 겨울 날씨도

계속 머무르지 않고 그저 그렇게 지나간다.

꽃은 꽃잎은 흩날리며 지나가고 나뭇잎은 나무에서 떨어지며 지나간다.

벼는 는 낫 알을 남기고 자신은 썩어 거름이 되 든 다른 쓰임새로 쓰이든 그저 그렇게 지나간다.

인간 역시 작은 점 하나로 시작되고 때가 되면 몸뚱이는 분해되어 자연으로 그저 그렇게 지나간다.

 

 

 

 

이런 노래가 있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이 세월은 고장도 없네."

이 노래 가사는 스스로 늙어감이 싫어 푸념하듯 쓰여 진 노래 가사로 비춰진다.

그렇다고 가사를 쓴 분의 희망대로 고장 난 시계처럼 세월이 고장 나서 딱 멈춰 진다면 어찌 될까.

꽃은 지지 않고 계속 펴 있고, 흐르는 물도 멈추고, 하늘에 흐르는 구름도 멈추고,

지구도 자전과 공전을 멈춰서 해가 계속 떠 있는 상태로 유지 된다면?

이게 어디 산 모 습이더냐? 죽은 상태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 이와 거의 같은 내용이 있다.

과거 마음은 지나가서 얻을 수 없고, 미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아서 얻을 수 없다,

또한 현재의 마음은 지나가니 얻을 수 없다.

 

 

 

이 내용에 힌트를 얻은 아마추어 철학가들은

이 내용을 가지고 그럴 듯한 수많은 글을 써서 책도 많이 팔아먹었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잘못 된 과거부터 집착할 필요 없다.

오지 않은 미래도 미리 걱정할 필요 또한 없다.

그 때가서 생각하면 된다.

오직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을 살아라."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아니요 황금도 아니요.

그것은 바로 "지금이다"

네게 가장 소중한 일은 무엇이냐, 그리고 가장 소중한 사람 또 누구냐?

가장 소중한 일은 바로 지금 하는 일이요.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다.

과거는 지났으니 중요하지 않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중요하지 않다,

오직 중요한 것은 현재, 지금이다.

 

 

 

말은 그렇듯 한데 과연 그 말이 맞느냐?

그 중요하다는 지금도 솔로몬의 글귀에 의하면 별 의미 없어진다.

보석보다 귀중하다는 현재 지금,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옛날 중국에 덕산이란 스님이 있었다.

그 스님은 다른 불경도 통달했지만 특히 금강경이라면 거꾸로도 읽고 바로도 읽고 누구도 견주지 못 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 분이 설법 할 때면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금강경은 소중하게 여기는 분에게 귀에 거슬리는 소문을 듣게 된다.

남방 어느 사찰에서는 마음하나 깨치면 나도 부처랑 동등하게 될 수 있다고 떠들어 대는 땡중이 있다는 것이다.

덕산은 그 어리석은 땡중을 혼내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다음 날 금강소초를 어깨에 메고 그 땡중이 산다는 용궁사를 향해 길을 떠났다.

 

 

 

수천리 길을 걸어서 남방 용담사 근처에 도달했는데, 장시간을 걸어서 배도 고프던 차에

마침 길거리에서 빈대떡 비스므리 한 것을 파는 노파를 발견 하였다.

덕산은 금강소초가 든 바랑을 옆에 내려놓고 노파에게 요기를 청하였다.

"배가 고프니 떡 좀 주시요."

노파는 스님을 보며 물었다.

"바닥에 있는 게 뭐요?"

"아, 금강소초라고 합니다.

"그래요, 그럼 내가 금강경 중에 잘 모르는 내용이 있는데 그 것 좀 설명해 주시구랴. 그럼 내가 떡은 그냥 드리리다.“

덕산은 혼 쾌히 승낙했다.

"하하하! 내가 북방에서 온 금강경 박사 덕산이 올시다, 날 모르시요? 뭐든지 물어 보세요."

노파는 질문을 했다.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은 얻을 수 없고, 또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했는데요.

그렇다면 스님께선 어느 곳에 마음의 점심( 點心)을 두시렵니까?"

 

 

 

금강경이라면 뭐든지 자신 있어 하던 덕산은 이 질문에 꽉 막혔다고 한다.

과거 마음은 지나갔으니 얻을 수 없고, 미래 마음 또한 안 왔으니 얻을 수 없고

현재인 지금 또한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니 얻을 수 없다.

거기 까진 잘 알겠는데 그렇다면 어느 곳에 정확한 마음을 두고 살란 말인가.

어디에도 내 마음을 콕, 찍을 곳이 없고 찍히지도 않는다.

덕산은 대답하지 못 했다.

 

 

 

북방에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그 유명한 금강경 박사가 남방에 와서

한 낮 노파에게 개창피 당하고 용담사로 길을 재촉했다.

용담사에 도달한 덕산, 좀 전에 개창피를 잊었던가.

덕산은 용담사 대문을 걷어차고 큰 소리 치며 들어갔다.

"용담에 왔는데 용도 없고 담도 없구나!"

그러자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

"넌 이미 용담에 들어왔느니라."

여기에서 또 한 방 먹은 덕산은 더 큰 소리 치지 못 하고 몸을 조아렸다.

여기 스님은 자신보다 훨씬 법력이 높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몸을 조아리고 조용히 가르침을 기다렸다.

어둠이 밀려오자 법당 안에서 자신이 땡중이라고 생각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그러고 계시요, 그만 내려가시지요.?"

그러자 덕산이 말했다.

"너무 깜깜해 갈 수가 없소이다."

그러자 법당의 스님은 촛불 하나를 덕산에게 가져왔다.

그리고 덕산에게 건너 주었다.

덕산이 그 촛불을 받자 갑자기 호, 불어 그 촛불을 꺼 버렸다.

주위는 다시 깜깜해 졌지만 그 순간 덕산의 마음은 밝게 빛나며 확철대오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도 지나고 또 지나서 현재의 시간에 이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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