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죽도록 사랑을 하다 어느쪽 한쪽이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다면 상대방을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서로 싫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 왔다면 어찌 할 것인가?
이별을 통보 받은 하나는 싫어하는 이유를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도 굳이 돌이키지 않는다면...?
또 한 쪽은 죽어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면..?
대부분 고통을 겪으며 헤어지겠지만 끝까지 가는 경우를 가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홀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하였다는 둥,
설득이 되지 않아 죽였다는 둥,
차를 몰고 옛 애인의 집으로 돌진하였다는 둥,
한강다리에서 자살소동을 벌였다는 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데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이 모두가 준비과정 없이 갑자기 닥친 경우라서 받아들이지 못 하는 듯하다.
이별을 할 때도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리 내가 싫다고 해도 한 때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감정도 헤아려야 한다.
서로 사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든 면에서 너무 맞지 않으면 일찌감치 헤어지는 것이 낫다.
결혼하고 새끼까지 있는 상태에서 헤어지는 것 보단 백번 낫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생각은 배려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무우 자르듯 딱 끊어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선의 방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서서히 멀어지도록 유도 하는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상대방이 전혀 눈치 채지 못 하도록, 만약에 눈치를 챘다면 배신감은 더욱 클 것이다.
그렇게 진행하다가 가을이 와서 단풍잎 떨어지듯 떨어져 나갔다면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하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상처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별도 이별 나름이다.
죽음의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곁을 떠났다 할지라도 거부할 수가 없다.
이제 내 나이도 오십대 중반을 넘어 60대로 가고 있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의 이별을 비롯해 친한 친구와의 이별도 꽤 많이 겪었다.
그 수를 헤아리면 뼈가 시리도록 아픈 이별만 세어 봐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고통의 이별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의 이별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적어도 6개월 전에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운 친구와의 이별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2년 전, 가까운 친구가 갑자기 자살했다.
난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얼마 전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하며 같이 망년회 즐겼던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돌연사 했다.
아침이 되서야 현실을 직시한 난 믿을 수 없었다.
난 아직도 엊저녁의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취해있는데, 죽었다니?
사흘째 되는 날,
난 그 친구의 시신을 운구하면서도 모포자락에 쌓인 그 친구의 관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관을 두두리고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혹, 깨어나서 소리치는데 내가 못 듣는다면 안 되지 않는가,
깨어나서 묶인 몸을 비틀며 살아있다고 사인을 보내는데 내가 못 알아채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러나 친구의 운구함은 불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진짜 친구는 죽어있었던 것이었다.
그 친구는 그렇게 사전에 예고도 없이 내 곁을 떠났다.
갑자기 보내야만 하는 내 가슴은 크게 멍이 들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그 상처는 가지시 않고 아직도 머물고 있다.
못된 친구...!
난 이 친구처럼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고 싶지 않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여
나를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마소.
나 갑자기 떠나면 나는 괜찮으나 그대들이 가슴 아파할까 두렵소.
나를 좋아하는 만큼, 사랑하는 만큼 아플 거요.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모든 사람들도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마소.
그들 역시 마찬가지라오.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으면 소복소복 내리는 하얀 눈을 좋아하시고,
연분홍색으로 피어나는 벗 꽃을 사랑하소.
그들은 때가 되면 다시 찾아오더이다.
그것으로 부족하시다면 맴맴 노래하는 매미를 사랑하시고 곱게 물드는 단풍을 좋아하소.
그들도 때가 되면 다시 찾아오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