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꽁트, 나무꾼과 신선

산으로 강으로 2013. 9. 30. 19:29

톱이 없던 옛날엔 도끼로 나무를 잘랐다.

그런 이유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도 생겨났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도끼가 얼마나 크고 찍는 사람 또한 얼마나 근육질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너무 많다.

요즘 많이 보이는 가로수, 은행나무, 또는 느티나무, 플라타나스, 벗나무 등등 ..

몇 년 안 되는 나무 빼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대부분이다.

이야기가 빗나갔다.

본론으로..

옛날에 나무꾼이 나무하러 지게지고 도끼 들고 산에 올라갔다.

백두산인지, 지리산인지, 한라산인지, 동네 뒷산인지, 하여튼 열 번 안 찍어도 잘 넘어가는 땔감 하러 산으로 올라갔다.

선녀에겐 관심이 없는지 선녀탕은 처다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다.

금도끼 은도끼에도 관심 없는지 산간 연못도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정상쯤 도달해 마당같이 넓은 바위에 도달했다.

항상 이곳에서 쉬어가고 했는데, 먼저 선수 친 사람? 아니, 신선이 있었다.

하얀 옷에 하얀 머리에 상투를 틀고 그 흰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다.

수염도 길게 늘러트려 배꼽까지 내려왔는데 그 품의는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닌 신령이었다.

그 신령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둘 사이에 바위에 뭔가 그려져 있는데 대충 봐도 바둑판인 걸 알 수 있었다.

신선 양쪽엔 흰 바둑돌과 검은 바둑돌이 놓여있다.

보아하니 신선들이 내기 바둑을 둘 모양이다.

평소 바둑을 좋아하고 놀음은 좋아하는 나무꾼은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리 없다.

지게를 옆에 내려놓고 도끼도 내려놓고 신선 옆에 앉아 나무하는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구경하기로 했다.

침묵이 한참 흐르다 오른쪽 신선이 헛기침을 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냥 두기 심심하니 내기를 합시다. 난 백두산을 걸테니 당신은 한라산을 거시요."

말 하는 것 봐서 백두산 산신과 한라산 산신인 것 같았다.

"뭐 그럽시다. 한 판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니 삼 세 판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니다."

"그럼 먼저 두십시오."

백두산 신령이 한라산 신령에게 흑을 양보하고 있었다.

그러자 한라산 신령도 뒤지지 않는 듯 양보했다.

"당신이 먼저, 두시지요. 난 자신 있으니까."

"아니오, 내 산이 더 높으니 당신이 먼저 두시요."

자존심이 상한 한라산신, 짜증을 내며 답했다.

"좋습니다, 그럽시다."

그리곤 바둑판은 뚫어져라 보고 착지를 못 하고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시간 쯤 흘렀을까?

드디어 결심은 한 듯 검은 바둑돌을 달그락 거리더니

검은 바둑알을 하늘 높이 치켜들다가 탁, 놓았는데 그 곳은 바둑판 정 중앙 화점이었다.

그러자 백두산 신은 깜짝 놀라 허리를 굽혀 화점의 검은 바둑알을 보고 쩔쩔매고 있었다.

허리를 폈다 구부렸다, 양쪽으로 흔들었다. 그러다 다시 한 번 화점의 검은 돌을 보고..

이마엔 땀까지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백두산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드디어 결심을 한 듯한데.

흰 바둑돌을 들지도 않고 말로 대답을 했다.

"내가졌소이다."

한라산신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것 보시오, 흑을 양보하면 내게 진다니까..하하하하~!!"

"알겠소, 그럼 이번엔 내가 흑으로 둘 테니 한번 해 봅시다."

한라산신은 쾌히 승낙 했다.

"뭐 그렇게 하시지요"

흑을 쥐게 된 백두산 신, 주저할 것도 없이 흑 돌을 하늘높이 치켜들더니, 전에 한라산신이 놓았던 그 곳,

바둑판 정중앙, 화점에 흑 돌을 꽂아 놓았다.

역시 깜짝 놀란 한라산신, 따라할 줄은 몰랐나보다.

전에 백두산신이 그랬던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가운데 흑점을 의식하며 몸을 비틀기도 하고 손에 턱을 괴고 고뇌에 잠기기도 하고, 그러다 결심이 선 듯 했다.

백두산 신처럼 항복하나, 했더니 흰 돌에 손이 가고 있었다.

흰 돌을 손에 들고 하늘높이 치켜들었다가 탁, 놓았는데 가운데 화점 옆에 붙여 두었다.

항복할 줄 알았던 백두산 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지며 바둑판을 의식했다.

역시 또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숙여 바둑판에 정 중앙에 흰 돌과 검은 돌이 붙어 있는 것을 의식하며 허리를 흔들고 다리도 흔들고

드디어 결심한 듯 검은 돌을 들고 하늘로 치켜들더니 힘없이 손바닥과 함께 바둑알을 바둑판에 놓으며 말 했다.

"내가 또 졌소!"

"으~~ 하하하하하!"

한라산신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백두산신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백두산 당신이 가지쇼, 난 히말라야로 갈테니~!"

그 말을 남기고 휘리릭~ 사라졌다.

그러자 한라산 신도 하하하~~!웃음소리를 메아리로 만들며 휘리릭~ 사라졌다.

"에이~신선놀음치고 되게 시시 하네~~"

나무꾼은 제정신으로 돌아와 본연에 임무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게가 없어졌다.

"아니, 이놈의 산신령들이 내 지게 훔쳐갔나?"

하며 지게 놓은 장소를 자세히 보니 지게가 썩어 흔적만 남기고 있었다.

지게는 그렇고 도끼를 찾으니 어라, 도끼도 없어졌다.

자세히 보니 도끼는 녹이 벌겋게 슬었고 자루는 썩어있었다.

나무꾼은 중얼거렸다.

"치사한 산신령님~~~들, 아니지, 놈들~~ ! 그깟 구경했다고 대가로 지게 썩게 하고 도끼자루 썩게 해~~ 에라이~ 재수 없다 퇘이~!"

나무꾼은 나무도 못 하고 녹슨 도끼만 들고 내려오며 중얼거리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어떤 신령은 금 도끼,은 도끼도 주고, 옥황상제는 선녀 목욕하는 거 훔쳐봐도 딸 주는데 그깟 바둑 구경했다고..? 쫀쫀하기는.. 큰 산 가진 신령은 싸가지 없구나.. 에라이~ 퇘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집에 다다르자 뭔가 이상했다.

동네 집들도 변해있었고, 자신 집도 변해있었다.

어리둥절 자신의 집에 들어가자 부엌에서 웬 노파가 나오며 자신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며 자신에게 달려왔다.

"아니고~! 여보~~ 죽은 줄 알고 제사지냈잖아요,,,. 어째 나갔던 그 모습 그대로 돌아 왔소~! 하나도 안 늙었네..!"

그러자 안방에서 문을 삐그덕 열며 웬 50대 중년이 나오며 어머니께 물었다.

"아니, 어머니~ 어째서 새파랗게 젊은 놈 보고 여보라고 해요. 이제 울 엄니 망령 드셨네~~"

그러자 노파는 펄펄뛰며 중년을 보고 꾸짓었다."

"하이고, 아니야 이놈아~! 이 분이 진정 네 아버지야~~!!"

..................................................................................?

이랬다는 옛날이야기를 재 구성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한라산신이 돌 한번 놓을 때 10년, 백두산신이 생각할 때 10년, 도합 20년,

두 판이니까, 40년 쯤 흘렀겠네요. ㅎㅎ

근데, 위 내용이 사실일까요, 아닐까요?

당연히 아니라고요? 100명이 아니라고 해도 난 실화로 믿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나도 경험했으니까요.

며칠 전이었지요. 아직 가을이 되려면 멀었다는 늦여름, 시장엔 벌써 야생버섯이 나고 있었습니다.

야생버섯은 재배가 불가능 하므로 산에 버섯이 나고 있다는 증거.

나 역시 나무꾼이 그랬던 것처럼 버섯을 따러 산으로 향했습니다.

나무꾼이 그랬던 것처럼 선녀탕도 그냥 지나고 산간 연못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나무꾼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선녀도 관심 없고 금도끼 은도끼에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에~~ 그리고.. 마당바위에 도달했으나 신선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신선놀음도 못 봤지요.

버섯은 8부 능선, 9부 능선에 잘 난다고 합니다. 너무 아래는 통풍이 없고 습기가 많아 버섯이 자라기엔

부적합 하다고 합니다.

마당바위부터 정상까지 8부 능선 9부 능선을 타고 올라가 내려올 때는 7부 능선으로 거쳐 내려오기로 했지요.

그렇게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는 문제가 안 되었는데 7부능선 타고 내려올 때가 문제였습니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시간이 지체 되는 것이었어요.

올라가는 시간에 비해 내려오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지요.

무엇에 홀렸나 했지만 내려가는데 길이 험하지 않고 버섯도 있기에 따면서 내려왔지요.

그런데,

다 내려오니 동네가 확 바뀌어 있었습니다.

동네뿐입니까?

올라올 때 분명 차도 잘 안다니는 2차선 도로였는데. 내려와서 보니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로 변해 있었습니다.

"큰일 났다. 집에 가면 울 마누라는 하얀 노파로 변해있던지~~~~ 죽었는지도 몰라~~~,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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