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존재의 이유

산으로 강으로 2013. 11. 4. 21:48

오랜만에 아내랑 딸이랑 아들이랑 네식구 오붓하게 야외로 놀러 나갔다.

가까운 강가에서 가서 낚시도 하고, 올뱅이도 잡고, 고기도 궈 먹고..

하여튼 딸래미 시집가기 전에 아들 장가가서 분가하기 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다.

차를 타고 야외로 빠지는데 그냥 대화로만 공간은 채우면 재미없지, 음악을 틀어야겠다.

카오디오를 틀었다.

찌리리링~ 사라라랑~~ 들리는 음악은 평소에 내가 듣는 바네사메이의 바이올린 클래식 음악,

또는 또로롱~ 또로롱~ 띵강~띵강~또동~또동 부아~앙~~ 클래식 기타음악이다.

"에이, 이게 뭐야.."음악이 뭐 이래.."

딸래미의 불평이다.

"맞아 음악이 졸리는 음악이다."

아들이 맞장구친다.

딸래미는 여기저기 시디박스를 뒤척이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없는지 라디오를 틀었다.

에프엠 음악방송이었다.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딸래미는 만족한다.

"이게 훨~ 났다."

귀에 많이 익은 전주곡이 끝나고 본격적인 노래가 시작된다.

언젠가는 너와 함께 하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이렇게 시작되는 음악이다.

노래 가사를 들어보니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과 먼 곳에 떨어져, 쩐을 버는지, 공부를 하는지

하여튼,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 가사에 담은 듯 했다.

그런데 맘에 들이 않는 가사 내용이 있어서, 갑자가 울화통이 터지고 화딱지가나서 라디오를 꺼 버렸다.

"아빠, 왜 그래??"

" 가사가 뭐 이래.. 맘에 안들어, 그냥 가자."

딸래미는 불평이다.

"왜 그러는데??"

난 즈 애비가 속 좁은 애비라고 할까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가사가 맘에 안 든 것은 사실이다.

맘에 안 드는 가사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가사 중에. ..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요기 까지는 괜찮은데

다음 가사가 문제다.

네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니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거야 ~~

이 가사가 뭐가 문제냐구요?

그럼 지금부터 따져 보겠습니다.

내 부모 형제도 아닌, 네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 길래....?

그 사랑하는 대상이 얼마나 잘나고 위대한 인물인지는 몰라도

그 위대한 ..? 너 때문에 ..

너 때문에 내가 존재하고 있단다. 네가 있어서 내가 살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리 잘났어도 그렇지,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렇지...

지구상에 수 많은 인간 중에 단 한 명에 의해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얘기 하다니...

"키이이~가 막혀서!"

이건 완전히 골빈 놈 아닌가?

본격적으로 따져 보자.

그럼, 즈 애비나 에미는 뭐여?

지 놈을 낳아서 고이고이 키워서 공부시켜 놨더니, 겨우 한다는 짓이 한 여인에게 폭 빠져서

그 여인 때문에 지가 목숨을 부지하는 이유고, 존재한다고 하니, 그 여인이 죽기라도 하면 따라 죽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는데..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느냐 이거다.

에미 애비가 듣는 입장에서 영~ 껄끄러운 건 당연지사.

참나~!!

이런 놈의 자식을 자식이라고 낳아놓고, 에미 애비가 기뻐하고

어릴 때부터 온 갓 투정 다 받아주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했냐.. .

이 말이다.

요즘 노래 가사가 맘에 안 드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처음 만났는데 이러시면 안 돼요~~

가사를 훑어보면 노래방에서 만났는지, 나이트크럽에서 만났는지 첨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남자가 자꾸 껴안으려 하는지, 뽀뽀를 하려 하는지..

하여튼, 자꾸 뎃시하는 모습이 노래 가사에 그려진다.

여자는 거절하는 입장이고..

그런데 뭔 놈에 노래가 안 된다 해놓고, 노래가 끝 날 즈음에는 다 준댄다.

뭘 다 주는지 모르겠지만, 사탕이나 과자는 아닌 것 같고 ..

하여튼 뭔지 모르지만 처음 만났는데 노래가 끝나기 전에 다 준댄다.

쯧쯧~! 요즘 세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노래 가사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나이가 든 내 귀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옛날 노래 가사는 이렇지 않았다.

이왕 노래 가사로 시작했으니 내가 맘에 쏙 드는 가사를 하나 소개를 하려고 한다.

뜻이 있는 가사 내용이니 신경 써서 잘 읽어 보세요.

시작은 이렇게 된다.

(가사)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상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은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설명)

이 노래는 조용필의 노래로 시를 읇는 듯 하다가 감미로운 노래로 이어지는 음악이다,

나는 이 노래의 작사를 하신 분이, 탄자니아에 있는 어느 시인이 쓴 글을

한국의 작곡가가 곡을 붙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 밖에도 작사가가 한국인 작곡가 김희갑 씨의 부인인 양인자였다.

작사의 뜻을 보면 현재의 자신의 삶은 썩은 고기만 먹는 더럽고 추한 하이에나의 삶이지만

언젠가는 굶어서 죽을지라도 표범처럼 멋있게 살다가 죽고 싶다는 한 사나이를 뜻을 표현 한 듯 했다.

(가사)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데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가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설명)

하루하루 변하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의미했다. 철저히 버려져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 유명한 화가 고호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살다간 세상에 하이에나처럼 지저분한 삶이 아닌

표범처럼 깨끗하고 멋진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가사)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고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 진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지,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내 청춘에 건배..

(설명)

이 가사를 보면 사랑의 표현이 재미있다.

삶이 허전할 때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게 사랑이란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히려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고..

사랑하는 만큼 사람을 더 고독하게 만든다고..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이 표현도 재미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은 공이고, 공은 색이고,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유사하다.

인생의 깊이가 있는 철학의 요소가 들어있다.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실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체가 없는,

그 청춘에 건배..

이 얼마나 멋진 사랑의 표현인가?

(가사)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은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설명)

사랑은 눈물에 씨앗이라는 둥, 사랑은 미완성이라는 둥,

사랑의 표현을 노래한 것도 여러 가지 지만

여기에서는 모든 것을 잃어도 후회하지 말아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사랑을 했다면 사랑 때문에 재물이고 뭐고 모든 것을 다 털려서 거렁뱅이,

노숙자의 삶을 살아도 후회는 하지 말아야 된다.

그래야 진정한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이란 것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털리면 대부분 후회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가득찬 것 같으면서 텅 비어있은 아무것도 아닌 허상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털렸다.

그렇다면 당연히 후회를 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모두를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얼마나 멋진 사랑의 표현인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랑이란 허상 때문에, 맨땅에 헤이딩을 했다는 얘긴데,

그럼 당연히 후회를 해야 정상인데, 진정한 사랑을 위해 후회하지 않는다.

나 같으면 맨땅에 헤이딩하는 어리석은 사랑은 하지도 않을 뿐더러

맨땅에 헤이딩 했다면 당연히 후회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난 아직도 사랑이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사의 내용을 보면, 하이에나 사내는 사랑 때문에 쫄딱 망한 듯 했다.

사랑때문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는데, 사랑하는 대상이 배신을 때렸는지,

아니면 병들어서 온 재산 다 털어먹고 병원에서 뒤졌는지..

하여튼 사랑 때문에 표범의 삶에서 하이에나 삶으로 바뀐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는 절망은 없다 로 채워진다.

(가사)

아무리 깊은 밤 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가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야..

(설명)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망하지 않겠다.

내가 왜 사느냐?

내가 왜 존재하느냐?

그 해답은 21세기가, 현재의 세상이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답이다.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고 있다.

현재의 세상이 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사랑하는 한 여인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세상, 21세기가 나를 원했기에,

너무도 간절히 나를 원했기에 내가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은 이유다.

이것이 나의 존재의 이유이다.

얼~~마나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 하는냐~~!!

이왕 가사를 쓰려면 이렇게 써야 좋지 아니하겠나?

사랑하는 한 인간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세상이 나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내가 존재하고 있다.

나의 존재의 이유가. 사랑하는 한 인간 보다, 21세기에 의미를 두는 것이 정답이 아니겠는가?

끝-

(피,에스)

존재의 이유 작사자가 보면 소송 걸지 모르겠습니다. ㅎ

전체를 보지 않고 한 구절만 뽑아서 트집 잡았습니다.

존재의 이유 가사도 전체를 보면 괜찮습니다.

일부분만 뽑아서 따지는 내가 문제지.. (소송 걸까 봐. 두려워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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